“남는 장사가 아니다.” 에너지 연구개발(R&D)에 따른 사업화 성공률이 여전히 ‘30% 벽’을 넘지 못하면서 에너지 R&D를 보는 시각이 그렇다. 정부는 지난 2009년부터 2014년까지 4조 4000억원 예산을 에너지 R&D에 투자했다.
투자금액 측면에선 주요 선진국이 에너지 R&D에 정부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추세와 부합한다고 볼 수 있지만 상용화 측면에선 폴리실리콘 양산기술, 원전 국산화 핵심기술 등 일부 에너지 분야만 세계 수준에 근접했고 그 밖의 에너지 분야에선 눈에 띌 만한 대표 성과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최근 완공된 우리나라 최초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고척돔)은 화려한 외형과 달리 경제성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이런 점에서 미국 스포츠 경기장 설계전문회사 로세티(Rossetti) 관계자의 ‘경기장을 지을 때 어떻게 짓고, 어떤 디자인과 얼마를 투자해 건설할 것인지보다 어떤 목적으로 누가 사용하고, 운영은 누가 하는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은 새겨볼 만하다.
구장을 지을 때 올림픽이나 월드컵처럼 메가스포츠 행사 목적인지, 프로구단이 전용할 것인지에 따라 외관과 내부시설 중 주안점을 둬야 할 곳이 달라진다. 또 운영주체가 지방자치단체인지 개인인지에 따라 공공성과 상업성 중 우선시하는 면도 달라질 것이다. 로세티 관계자 말처럼 경기장 역할과 목표가 무엇인지 철저한 고민 없이 경기장 건설부터 덜컥 해버린다면 사업기간과 공사비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에너지 R&D도 마찬가지로 목적과 성과 활용 주체에 깊은 사유가 선행돼야 한다. 우리 정부는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가져다 줄 신기후체제 대응과 더불어 에너지신산업 수출경쟁력 향상을 위한 육성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여기에 에너지 R&D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임은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에너지신산업을 통한 신시장 창출과 일자리 확대를 목표로 에너지 R&D 무게중심 추를 이동시켜야 할 것이며 에너지 R&D 성과활용 주체 또한 명확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초임계 CO2 발전으로 에너지 R&D 무게중심 추를 이동시킨다면 어떤 목적에 따라 해당기술을 선택했는지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성과활용 주체를 정부·공기업·민간기업·특수목적법인(SPC) 중 누구에게 맡길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그 후에 원천·응용·실증기술 등 R&D 수행방법과 투자금액 등이 정해져야 한다.
에너지 R&D를 ‘왜, 누구를 위해 하느냐?’에서 출발해 ‘누가 개발된 기술을 가져갈 것인지’ 심사숙고한다면 R&D 사업성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것이다. 그 다음 에너지기술 상용화를 위한 제도·규제 등 사회시스템과 일정 규모 자금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금융시스템 활용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에너지 R&D가 ‘남는 장사’라는 인식전환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며 나아가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신산업 초석이 에너지 R&D에서 시작됐다는 칭찬을 듣게 될 것이다.
황진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jtwhang@ketep.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