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20억달러 펀드 조성해 투자개발형 해외건설 지원

정부가 해외건설을 단순도급 공사가 아닌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20억달러(2조30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한다.

국토교통부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제3차 해외건설진흥기본계획을 발표했다.

국토부는 기본계획에 해외건설 산업의 양적·외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을 위한 대안을 담았다. 국내 건설사가 1965년 해외건설 시장에 처음 진출해 올해 6월 수주 누적액은 7000억달러를 넘었다. 하지만 해외건설 수주가 중동지역 플랜트 도급공사에 편중돼 유가변동 등 대외환경변화에 취약하고, 투자개발형사업 비중이 최근 5년 동안 2.6%에 그치는 등 고부가가치 분야 진출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국토부는 한국투자공사(KIC)와 협력해 해외건설 투자개발형 사업을 위한 ‘코리아 해외인프라펀드’(KOIF)를 조성한다. KIC는 외환보유고 자금 등을 위탁받아 운용하는데 이 가운데 20억달러를 해외건설 사업에 투자할 방침이다. 국토부가 건설사·엔지니어링사 신청을 받아 타당성을 조사하면 민관합동 투자자문위원회가 투자할 사업을 추천해 KIC가 투자 결정을 내린다.

KOIF는 건설사가 해외사업을 위해 만드는 법인의 자본금으로 쓰인다. 정부가 투자한 사업이기 때문에 산업은행·수출입은행, 민간금융의 추가 투자·융자가 기대된다. 국토부는 3년 동안 20억 달러 펀드를 투자하면 실제 200억달러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KOIF는 달러화로 조성된 펀드라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이 적다. 20억달러 규모라 중·대규모 프로젝트 진출이 가능하다. 해외국부펀드나 다자개발은행(MDB)과 공동투자로 투자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정부가 추천해 지원하는 사업이라 상대국 정부와 정치적 위험부담이 적다.

국토부는 KOIF 운용 수익률을 6%로 예상했다. 첫 투자사업으로는 한국수자원공사가 사업개발·운영사로 참여하는 조지아 수력발전 프로젝트를 검토 중이다. 러시아와 터키 사이에 있는 조지아 스와네티 지역에 수력발전댐을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는 10억달러 규모다.

이밖에 국토부는 해외건설 지표를 수주액 등 외적 지표에서 매출액 대비 수익률과 같은 질적 지표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해 이르면 내년부터 적용한다. 해외건설사업 수익성 제고를 위해 해외건설협회 지부를 중심으로 현지 진출기업간 과당경쟁을 조정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동반진출 여건을 조성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외건설 시공은 레드오션으로 공기지연·설계변경 등에서 손실 위험이 크다”며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기술력을 높이고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