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주도로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를 연결하는 ‘창업·혁신 네트워크 허브’가 가동됐다.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상생협력을 추진하는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다. CJ그룹과 카페24는 각각 한류 컨벤션과 전자상거래 솔루션을 활용해 벤처기업의 해외 시장 진출을 지원한다.
센터는 창업 관련 민간 지원기관, 자금, 우수 인력 등이 집중된 서울의 창업 인프라를 각 지역과 연계하며 전국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구심점 역할을 수행한다. 예비 창업자의 아이디어를 글로벌 비즈니스 모델로 육성하는 ‘벤처 요람’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국 창업 생태계 허브
지난 21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예비 창업자 수백명이 운집해 북새통을 이뤘다. 네이선 블레차르지크 에어비엔비(airbnb)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공동창업자의 무료 강연이 열렸기 때문이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제공하는 멘토 교육 프로그램 일환이다.
에어비엔비는 지난 2008년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숙박 공유 서비스 전문 업체다. 현재 190개국 4000만명 이용자를 확보하며 255억달러(약 29조5800억원)에 달하는 가치를 지닌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한국 예비 창업자는 블레차르지크 CTO 강연을 경청하며 각자 제2의 에어비엔비 창업을 꿈꿨다. 블레차르지크 CTO는 “인내심을 포기하지 말라”며 이들을 격려했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는 지난 7월 전국 16번째 창조경제혁신센터로 문을 열었다. 기존 광화문 드림엔터와 인근에 위치한 서울지방우정청 일부를 활용해 작업·회의·교육공간, 입주보육공간(이상 드림엔터)과 최다 40개팀이 입주할 수 있는 인큐베이팅 공간(서울지방우정청)으로 구축했다.
센터는 민간 중심 정보교류와 상호협력에 따른 창업·혁신 생태계 활성화, 시너지 창출이라는 미션을 수행하고 있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창업보육센터와 대학 창업보육센터를 비롯해 디캠프, 마루180, 구글캠퍼스 등 민간 창업 지원 기관을 예비 창업자와 연결한다. 일종의 코디네이터다.
멘토링 프로그램은 센터의 자랑이다. 브레차르지크 CTO를 비롯한 국내외 성공 스타트업 경영자를 초청해 후배 창업자를 위한 특별 강의 시간을 제공한다.
변호사, 회계 세무사, 변호사, 사업전략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상시 멘토 10명은 예비 창업자아이디어를 면밀하게 컨설팅한다. 수백개를 웃도는 창업 아이디어 가운데 70개 아이템이 멘토링프로그램을 거쳐 창업에 성공했다.
◇민간기업, 창업 지원군으로 나섰다
센터는 CJ그룹, 카페24 등 민간기업과 국내 시장에서 검증받은 우수 벤처기업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CJ그룹은 세계 최대 규모 한류 컨벤션 행사 케이콘(KCON)과 엠넷아시아뮤직어워즈(MAMA)에 국내 중소·벤처기업 상품을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제공한다. 현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한류 콘텐츠에 국산 제품 컨벤션을 접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전략이다.
지난 2012년부터 올해까지 매년 개최한 ‘케이콘’은 핵심 창조경제 모델로 평가된다. 올해 케이콘은 지난 4월 일본을 시작으로 7월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뉴욕에서 총 9만명을 웃도는 관객을 끌어 모았다. 그동안 LA에서만 개최한 행사 범위를 미국 동부와 일본으로 확대했다.
센터는 케이콘에 우수 중소기업을 참가시키기 위해 국제 컨벤션 기획전문가와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의 효과적 상품 전시 및 마케팅·해외사업 진출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오는 12월 개최되는 MAMA 2015 홍콩에 참여할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마케팅 멘토링도 제공할 예정이다.
CJ그룹은 서울 센터와 식문화, 패션 등 도시형 사업도 지원한다. 그동안 축적한 식문화 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레시피 개발 및 표준화 △푸드 스타일링 △포장관리 △매장 소방·위생관리 등에 관한 멘토링·컨설팅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서울시와 함께 패션 디자이너 및 관련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센터는 카페24 전문 상품기획자(MD) 12명이 참여하는 상시 멘토링 프로그램도 제공한다. 카페24는 중국 알리바바, 미국 아마존 등 다양한 해외 전자상거래 업체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한 전자상거래 솔루션 전문업체다. 지난해 기준 전체 회원 수는 75만명, 해외 직판 사업자 수는 1만4403개를 기록했다.
센터는 카페24와 ‘글로벌 전자상거래 데모데이’를 개최해 창의적 상품을 발굴하고 공동 브랜드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형 유통채널, 관광공사 운영 면세점 입점 등으로 해외 판로 개척을 지원한다. 향후 전국 각 지역 센터로 확대 운영할 계획이다.
◇지역 예비 창업자, 서울이 돕는다
센터는 이동식 영상회의 시스템 ‘버추얼 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서울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창업 관련 프로그램을 타 지역 센터나 기관과 공급해 지역 창업자를 지원하는 시스템이다.
50인치 LED 모니터와 터치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이동식 시스템으로 구성했다. 서울 민간기관 전문가와 지역 창업자가 거리 제약 없이 원격 화상으로 교류할 수 있다. 또, 서울과 지역을 연결해 지역 창업기업 대상 투자설명회, 데모데이 등을 개최할 수 있어 지역 기업을 서울 소재 창업가와 연결하는 양방향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센터는 버추얼 센터 기대 효과로 △서울·지역 간 실시간 정보교류 △고품질 프로그램 공급 범위 확대 △진행자·참가자 시간·비용 절감 등을 꼽았다.
센터는 이외에도 멘토단·투자자 전국 혁신센터 순회 등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이 보유한 인적자원, 자금, 프로그램 등을 전국 혁신센터에 공급해 민간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다. 실제로 김봉진 배달의 민족 최고경영자(CEO)는 서울 센터와 함께 부산을 방문해 멘토링 강연회를 진행했다.
박용호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창업에 필요한 물적·인적 자원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된 것이 사실”이라며 “전국 예비 창업자가 꿈을 펼칠 수 있는 디딤돌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