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자산관리하는 로보어드바이저…핀테크 블루오션으로 뜬다

사람보다 수수료 낮아 선진국서 빠른 대중화..국내도 금융투자사 관심 높아

로봇이 자동으로 개인 맞춤형 투자자산 관리를 하는 로보어드바이저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기계가 사람을 대신하므로 관리 수수료가 저렴해 자산관리 대중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영국을 비롯한 핀테크 선진국에서는 자산관리업계에 변화 바람이 불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는 2020년까지 로보어드바이저 관리 자산이 20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보스턴컨설팅도 디지털 자산관리 기대치는 높지만 아직까지 대부분 금융사가 고객이 기대하는 수익률에 못 미쳐 시장 성장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로보어드바이저 선도국인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 기업 벤처 투자 규모는 지난 5년간 5억4100만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만 2억8970만달러를 조달하는 등 로보어드바이저 부문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대표기업인 웰스프런트의 기업가치는 7억달러, 베터먼트는 5억달러로 평가된다.

KB금융경영연구소는 미국에서 로보어드바이저 투자업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시작되면서 자산관리 수요가 증가한 것을 꼽았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22일 열린 핀테크지원센터 데모데이에서 떠오르는 핀테크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로 로보어드바이저를 언급했다.

정인 KB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로보어드바이저는 PB에게 자산관리를 받는 것보다 가격이 절반 이하라는 경쟁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 자산관리 대중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국내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선도기업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쿼터백테크놀로지 홈페이지에서 고객 투자성향과 기대수익률 설문조사만 하면 알아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준다.

양신형 쿼터백테크놀로지 대표는 “고객이 ETF, ELS 등 복잡한 금융상품을 잘 몰라도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으로 고객이 설정한 기대수익률을 달성하기 위한 투자가 24시간 자동으로 돌아간다”며 “로보어드바이저는 쉬운 금융을 지향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는 증권사 등 금융투자사와 자산관리 수수료 수익에 방점을 두고 있는 시중은행에서 로보어드바이저에 높은 관심을 보인다.

로보어드바이저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은행에서도 로보어드바이저 도입 논의가 활발하다”며 “은행은 로보어드바이저가 도출한 객관적인 포트폴리오를 기반으로 PB가 자사 상품을 추가 추천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갈 것 같다”고 전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또 하나의 성공적인 핀테크 모델로 부상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고개도 있다. 일단 현행법에서는 투자일임업을 서면으로 해야 한다. 투자일임은 고객이 금융사에 본인 자산을 어디에 어떻게 투자할지 권한을 넘기는 일을 말한다.

모바일 자동 자산관리 등 다양한 비즈니스 출현으로 로보어드바이저가 대중화되기 위해선 서면 일처리 없이 모바일이나 웹상에서 곧바로 투자일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일임은 투자자 보호장치 등이 필요해 당국에서도 서면을 대체할 다른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로보어드바이저가 자산이 많지 않은 일부 젊은층 고객을 중심으로 세를 불릴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자산이 많지 않은 젊은층을 대상으로 로보어드바이저가 인기를 얻을 수 있겠지만 고액 자산 VIP 고객은 여전히 직접 전문PB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본인 자산을 관리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