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스토리]<134> 부품소재 분야 강소기업을 만나다

신정욱 재원 대표는 공고를 나와 갖은 어려움을 이겨내고 벤처기업 CEO가 됐다. 어려운 가정형편에 유명 대학을 나오지 않았지만 원대한 꿈을 가지고 노력해 부품소재 분야 강소기업을 일궈냈다.

신정욱 재원 대표
신정욱 재원 대표

-재원은 어떤 회사인가.

▲재원은 스테이지 개발과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부품소재 분야 벤처기업이다. 연구개발(R&D)에 집중 투자해 5년이란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많은 특허와 각종 인증, 수출 등을 이뤘다. 축적된 기술력을 인정받아 독일·일본에 역수출도 했다.

-스테이지란 무엇인가.

▲스테이지란 쉽게 말하면 미니 좌표 로봇이다. 사람 손으로 부품을 제대로 정렬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스테이지가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움직이며 위치를 정밀하게 조정해준다. 스테이지는 디스플레이 및 반도체 분야 제조 공정과 각종 검사 공정에서 대상물의 정밀한 위치 결정을 목적으로 사용된다. 제품 불량 감소와 품질·생산성 향상에 핵심 역할을 한다. 적용 분야는 스마트폰, 반도체, 배터리, 광학, 의료장비 등 검사장비다.

-재원 설립 배경이 궁금하다.

▲학창시절,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공고에 진학했다. 19세 때 전기기술 분야에 입사해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대학공부를 병행했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었지만 언젠가 세계 수준의 기술을 이끄는 CEO가 될 것이라는 꿈을 가졌다. IMF 직후 대학 졸업과 함께 일본 유학을 결심했다. 막연히 듣기만 했던 일본의 앞선 기술력을 체험하고 로봇 분야 선두주자인 일본 문화를 이해하고 싶었다.

일본 유학 후 엔지니어 취약점인 마케팅을 배우기 위해 대기업 로봇사업부에서 분사한 ‘W사’에 입사해 해외마케팅을 거쳐 기술마케팅 일을 했다. 해당 분야에서 10년 정도 일한 뒤 일본상사에서 마지막 경력을 쌓는 과정에서 원천기술인 부품소재를 한국 등에 수출했다. 한국에서는 부품소재 수입업체는 많은데, 실제로 국산화해 대체하려는 이는 많지 않았다. 투자 위험요소가 컸기 때문이다. 퇴사 후 어렸을 때 꿈인 독보적 기술을 보유한 CEO가 되기 위해 재원을 설립했다.

-사업에서 힘들었던 점과 보람은 무엇인가.

▲초기에 가장 힘들었던 점은 자금마련이다. 은행 대출이 가장 어려웠다. 은행은 담보, 재무제표, 대기업과 거래실적을 원했지만 기술과 열정밖에 가진 것이 없었다. 매출은 얼마 안 되는데 R&D 투자비만 높았다. 은행마다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 사업을 시작한 뒤로 잠을 서너 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럴수록 더 R&D에 집중했다.

설립 3년차에 일본 수출에 성공했다. 자식 같은 제품이 원천기술국인 일본 기업에 인정받은 것이라 더 의미가 컸다. 일본 역수출을 계기로 대기업과 거래를 하고 일본, 중국, 베트남,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유럽시장까지 진출했다.

-일본 수출은 어떻게 하게 됐나.

▲첫 번째 특허를 획득했을 때 신생업체를 눈여겨보는 국내 대기업은 없었다. 생각을 바꿔 원천기술 보유국인 일본에 수출을 성사시키려고 밤낮 없이 뛰었다.

당시 일본에 큰 지진이 나 다들 가길 꺼려했다. 이때 일본에 가서 제품을 설명했다. 일본 관계자는 “지진이 났는데도 올 정도니 기술보다 CEO 열정을 보고 한 번 검토해 보겠다”며 테스트한 결과 제품을 인정받게 됐다. 이 제품이 스테이지 분야 원천기술국에 수출한 최초 부품소재 제품이다.

-재원이 원하는 인재상은 무엇인가.

▲신뢰를 중요시한다. 신뢰란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다. 또 성실성을 본다. 지원자 학력, 성적, 자격증 등 표면적 이력보다는 생활기록부와 학점을 통해 출석, 지각 등 성실성을 중요시한다. 학창시절 개근상을 한 번이라도 타본 사람을 선호하는데 사회생활에서 성실성이 나타난다.

-입사 후 직원교육은 어떻게 하나.

▲취업을 하면 회사가 처음부터 다시 가르친다. 실무경험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년 정도 기술을 먼저 가르치고 3년차부터는 언어나 마케팅 능력 배양을 위한 집중 교육을 시킨다. 신입사원은 어학능력 배양을 위해 아침에 20분 정도 일찍 출근한다. 선배에게 영어·중국어·일본어 중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고 실무에 최적화된 언어 교육을 받는다. 1년차에는 어느 정도 언어 구사 능력을 갖추게 하고 입사 3년차에는 외국 바이어를 상대로 미팅할 수 있게끔 교육을 시킨다.

마케팅 능력은 직접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우게 한다. 해외 출장 갈 때 1년차 직원을 데려가서 현장을 몸으로 느끼게 한다. 시야가 넓어질 뿐만 아니라 어학과 마케팅 중요성을 피부로 느끼기 때문에 대부분 직원은 해외 출장을 갔다 온 뒤로 적극적으로 공부한다.

제품 설계는 물론이고 해외 바이어와 소통할 수 있는 언어능력과 마케팅 능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를 CEO급으로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대표가 된 뒤로 새로운 꿈은 무엇인가.

▲직원 중 열 명 정도를 CEO로 만드는 것이다. 직원이 사장이 되면 일선에서 물러나 계열사 경영고문 역할을 하고 싶다. 경영노하우와 인적네트워크를 활용해 그들이 사장으로서 첫발을 내디딜 때 옆에서 도와주는 엄마 역할을 하는 것이다.

대학 강단에도 서고 싶다. 그 꿈을 위해 대학원 벤처중소기업학과 박사과정에서 공부도 하고 있다. 한국 산업 발전과 사회에 공헌하는 벤처기업인이 되고 싶다.

-취업난을 겪는 청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꿈을 가져야 한다. 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비교했을 때 처음에는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10년 뒤에 모습은 확연히 다를 것이다. 확고한 꿈을 가진 사람은 지금 당장 다른 사람이 자기보다 사회적 지위가 높다고 다른 사람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꿈이 없는 학생에게는 어떤 조언을 해줄 수 있는가.

▲꿈이 없다면 찾아야 한다. 얼마 전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전공이 산업디자인이다. 디자인을 전공한 후 일을 시작했지만 단순히 제품을 시각화하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설계하고 그 제품이 구동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로봇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회사에 지원하게 된 것이다.

면접 당시 “이 분야는 힘들고 지금 가진 예쁜 손이 많이 망가질 것”이라고 단념시키려 했다. 그 사원은 꿈이 있기 때문에 만약 여기서 뽑아주지 않는다면 같은 분야 다른 회사에 가서 일 할 것이라며 굳은 의지를 밝혔다. 무모한 결정일지 몰라도 그 사원을 뽑았다. 10년 후 로봇업계 최초 비전공자 출신 여성 CEO가 되기를 기대한다.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도전해야 한다.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은 분명히 있다. 어떤 위치든 어느 지위든 좋아하는 일이 전문 분야가 될 수 있다.

etnews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