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순방을 전후로 중동지역 진출을 꿈꾸는 기업이 늘고 있다.
하지만 1970년대 건설(토목)이나 1990년대 플랜트 수출 붐 이후 국내 기업에 중동시장은 쉽지 않은 시장으로 변모했다.
중국기업 등 참여로 경쟁이 치열해지고 가격이 높아지면서 플랜트산업은 더이상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
교육, 의료 등 국민생활 편익과 관련된 IT 기반 서비스와 콘텐츠 등이 진출 가능한 분야로 부각되고 있지만 이를 성과로 연결하기에는 장기적인 전략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리적·문화적 차이를 극복하기에 기업들이 초기에 져야하는 부담이 크다.
이 때문에 리스크를 최소화해 진출할 수 있는 전자상거래 분야가 중동 진출 열쇠로 떠오르고 있다.
전자상거래 역시 중동 진출을 위한 관문은 아랍에미리트(UAE)다. 주요 전자상거래 기업이 UAE에 거점을 두고 MENA(Middle East North Africa) 지역에서 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인프라 확장 중
UAE 전자상거래 시장은 두바이 스마트정부(DSG:Dubai Smart Government) 인프라 확대를 계기로 크게 변하고 있다.
두바이 스마트정부는 2013년 정부와 비정부기관의 각종 벌금(Fine)및 수수료 지불을 위해 인터넷 기반 e페이 포털을 이용한 거래 수(Transaction)가 37% 증가한 450만건, 총금액은 27% 증가한 56억디르함(약 15억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했다.
두바이 정부가 각종 공공서비스를 스마트기기로 간편하게 제공하는 스마트시티로 변모를 위해 각종 공공서비스 전자화 작업을 진행하며 동시에 많은 수의 기업이 전자지불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2013년 4월 UAE 최대 통신사업자인 에티살라트(Etisalat)는 두바이 스마트정부 모바일 지불시스템을 선보였으며 2013년 10월에는 UAE 대표 은행인 에미레이트 NBD와 EIB(Emirates Islamic Bank)가 이러한 대열에 합류해 e페이 포털을 이용한 자동이체 서비스를 시작했다.
UAE 내 주요 통신업자인 에티살라트와 두(du)가 앞다퉈 광대역 네트워크 설비 확장에 힘을 쏟고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하는 3G·4G 사용률이 높아진 점도 요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3G와 4G 가입자 비율은 30.7%에서 40.5%로 증가했으며 2018년 말에는 8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두바이 정부 m페이 이용거래 수는 2013년 기준 약 9만6000건이며 총거래금액은 3200만디르함(약 871만달러)에 달한다.
현재까지 m페이는 전체 e페이 규모에 비해 적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이는 2012년 대비 265% 성장한 수치다. 휴대폰 보급률과 광대역 통신기술 발달과 함께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프라·중산층이 전자상거래 시장 성장 이끈다
휴대폰 보급률 증가는 두바이 스마트정부 전자지불 방식인 m페이 사용 증가로 이어질뿐만 아니라 잠재적으로 모바일 기반 전자상거래(M-Commerce) 시장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다.
UAE 휴대폰 보급률은 1인당 2대에 이를 정도로 높다. 특히 m페이나 e페이의 높은 이용률로 미뤄볼 때 쉽고 간단한 지불방식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인프라 확대를 기반으로 UAE는 중동 내 전자상거래 허브로 온라인을 통한 제품판매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온라인 판매·주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전체 49.7%로 2009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전자제품, 의료, 소비자기기, 식음료, 헬스케어 등이 주를 이루며 2014년 인터넷을 통한 판매액은 2009년 대비 154% 증가한 20억디르함을 달성했다.
여전히 쇼핑몰이 상거래 중심에 있지만 바쁜 라이프 스타일과 구매력 있는 중산층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UAE를 중심으로 한 이런 변화는 MENA 지역 전체로 확대되고 있어 전반적인 전자상거래 시장 확장 가능성은 어느 곳보다 높다.
실제로 2013년 기준 중동지역 전자상거래 제품 수송량은 전년 대비 갑절 늘었으며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페이팔도 중동 전자상거래시장 규모가 연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가 올해 1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두바이를 비롯한 GCC 국가와 이집트, 모로코, 튀니지 등 북아프리카 국가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는 MENA 중산층 인구가 2020년까지 3억4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
◇진짜 알리바바를 꿈꾸는 ‘수크닷컴’
중동지역 전자상거래 시장은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성장세는 놀랍다.
세계 IT업계에서 가장 핫한 기업으로 떠오른 중국 알리바바닷컴에 버금가는 기업이 진짜 알리바바의 땅에서 나올 것이라는 기대감까지 나온다.
이런 전망의 가장 중심에 있는 기업이 ‘수크닷컴(Souq.com)’이다.
수크닷컴은 지난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미디어기업 내스퍼스로부터 7500만달러를 투자받은데 이어 미국 유력 신생기업 투자회사인 타이거글로벌로부터도 투자받았다. 내스퍼스는 수크닷컴의 기업가치를 5억달러로 추산했다.
수크닷컴에 대한 이런 평가는 중동지역 중산층과 온라인산업 성장세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일부 국가의 정정 불안과 치안 불안, 그리고 여성 외출이 불편한 이슬람 국가 특성을 반영할 때 오히려 전자상거래가 더 주목받을 수 있다.
미국 이베이 전자결제 자회사 페이팔 분석에 따르면 중동지역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는 2013년 112억달러로 1년 새 30% 가까이 커졌다. 거래당 구매액은 100달러 이상으로 미국 평균치인 70~80달러를 상회한다.
인터넷 사용자도 급증세에 있다. 2011년 9500만명에서 2012년 1억1100만명으로 16% 늘었다. 특히 카드(직불·선불카드) 사용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고 아랍어를 쓰는 인구가 3억5000만명에 달한다는 점도 중동 전자상거래 시장 잠재력 평가를 밝게 한다.
관련 업계에선 중동지역 전자상거래시장 성장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프 캐쇼디아(Asif Keshodia) 수크닷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UAE 전체 소매시장 중 온라인 비중은 아직 2~3%에 불과하다”며 “10% 정도인 세계시장과 비교할 때 아직 성장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어 “UAE에서만 매달 400만명이 수크닷컴을 방문한다”며 “UAE 이외에도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주요 성장 분야는 비가전에서는 패션, 라이프스타일, 유아용품, 헬스, 뷰티 등을 꼽았다.
그는 “중동은 쇼핑몰이 발달되어 있지만 (여성 운전 제약, 주차 등 문제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편의성과 가격을 무기로 온라인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프 캐쇼디아 CFO는 “한국 제품도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많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며 “한국 제품 판매를 위해서는 총판(두바이 현지업체)을 통해서만 등록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샤오미 등 중국 제품 성장세가 두드러지지만 여전히 한국 제품에 대한 신뢰가 높아 경쟁하기에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MENA의 유일한 TV홈쇼핑 ‘시트러스TV’
“한국 제품은 품질이 좋아 중국이나 일본 제품보다 인기가 높다. 삼성전자·LG전자로 대변되는 모바일폰과 가전제품이 만들어 놓은 좋은 이미지로 인해 호감도가 높다.”
MENA(북아프리카·중동) 지역 18개국 독점 TV홈쇼핑 채널인 시트러스TV 니콜라스 브룰리안츠 사장의 설명이다.
시트러스TV는 온라인쇼핑과 경쟁구도를 형성하며 몰 중심의 현지 쇼핑 문화를 바꾸어 가고 있다.
매출 70%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나온다. 이어 UAE에서 15%, 나머지 GCC국가와 알제리, 이집트, 모로코 등에서 15% 매출이 나온다.
판매되는 상품은 뷰티, 주방·가정용품이 80%를 차지하고 전자기기가 10%, 쥬얼리와 패션이 각각 5%를 차지한다. 최근 한국 주방용품이 잘 팔리고 있다.
아랍어로만 방송하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 비중이 크다. 사우디는 인터넷보급률(80%)보다 TV보급률(98%)이 월등이 높고 교육수준도 높다. 특히 여성이 운전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집에서 쇼핑하는 것을 선호한다.
앞으로 TV홈쇼핑에서 전자제품 비중을 늘려갈 생각이다. 자동차나 고급시계를 판매하는 것도 고민 중이다.
한국 제품 중에서는 코스메틱 제품, 가전제품(삼성·LG·쿠쿠) 판매가 좋다. 중소기업 제품 중에서는 1회용 청소걸레, 접시, 휘트니스용품 등 다양한 분야가 망라되어 있다. 한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이 여기서도 잘 팔리는 것 같다.
한국 홈쇼핑에서 관심 있게 본 것은 고가 안마의자를 할부판매나 월 임대로 판매하는 방식이다.
중동지역에서 5년 전만 해도 TV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시트러스TV 이후 이 같은 인식이 변화되고 있다.
시트러스TV에서 판매하기 위해서 UAE에 위치할 필요는 없다. 카테고리별로 구분된 MD에게 이메일이나 전화로 연락하면 된다.
시트러스TV는 직접 제품을 구매해 판매하는 형태다. 판매를 위한 별도 비용이나 판매수수료를 나누는 형태가 아니기 때문에 기업은 안정적인 진출이 가능할 것이다.
중동에서 비즈니스는 시간 여유가 필요하다.
김희찬 JD사운드 대표
두바이몰의 버진메가스토어 디제이 코너에는 국내 중소기업의 디제잉기기가 당당히 판매되고 있다. 이 판매점에서만 이틀에 한 개 이상 판매될 정도로 인기다.
국내 벤처기업으로 중동시장 진출,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는 김희찬 JD사운드 사장으로부터 중동 진출 노하우를 들었다.
-중동 진출 성공 이유(포인트)는.
▲아직 성공이라고 얘기하기 어렵지만 우연하게 시작됐다.
처음 제품 개발하고 음악시장이 크다고 생각하는 미국, 유럽, 일본에 집중하고 있었는데 지금 두바이몰 버진메가스토어의 디제이코너 사장이 직접 메일로 연락이 와서 시작됐다.
처음엔 제품 기능 등 다소 부족한 부분이 많았는데 중동 유명 디제이를 소개시켜 주며 우리의 기술적 문제점에 대해서 알려줬다. 그리고 우리 개발팀이 밤새서 하루 만에 모든 문제를 개선해 피드백을 줬다. 그때 유명 디제이가 당신들 ‘미친 것 아니냐’고 다른 회사는 보통 6개월 넘게 걸리는 문제를 하루 만에 해결하냐고 정말 대단하다는 칭찬과 함께 계속적인 조언을 줬다. 그런 모습이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됐다.
-향후 중동시장 확대 전략은.
▲중동시장은 다른 시장에 비해 유통구조가 직접 매장을 많이 운영하는 형태로 대형 디스트리뷰터가 많지 않다.
우리는 KOTRA 두바이무역관에서 운영하는 물류지원서비스를 활용해 두바이 현지 보세구역에 직접 웨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다. 비용은 KOTRA 보조로 상당히 저렴하게 이용하고 있다. 처음에는 두바이몰에서 시작되었지만 현재 두바이 면세점, 쿠웨이트 등 계속 매장을 늘려 나가고 있다. 중동시장에서는 제품 노출을 많이 시킬 수 있는 매장을 늘려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서 지금도 두바이 지텍스 전시회에서 새로운 바이어와 상담 중이다. 그리고 중동도 온라인 시장이 크게 확대되고 있지만 아마존 등 미국계 온라인 사이트보다 중동 현지 온라인 사이트가 인기가 있다. 인도계 사람이 운영하고 있는데 이미 컨택 중이다. 시스템적으로 중동 현지에 법인을 둬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정부에서 관련 지원을 해준다면 보다 원활하게 중동 온라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JD사운드가 본 중동시장의 특징은.
▲중동시장은 미국시장과 비슷하게 아주 큰 소비시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기후, 종교적인 이유로 집안에서 즐기는 문화가 있는거 같다.
게임, 음악 등이 유망한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국 문화를 동경하고 관련 기기 수요가 많다. 미국에서 클럽음악이 유행하고 있으면 아주 빠르게 받아들인다. 중동시장 유통은 대부분 인도 사람이 잡고 있는데 인도 사람과 거래한다고 생각해야지 중동사람 하고 거래한다고 생각하면 안되는 거 같다.
-다른 기업들에 전하는 중동시장 진출 팁은.
▲중동을 여러 번 다니면서 느끼는 것은 우린 선배들이 정말로 고생 많이 했고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모두 호의적이고 제품에 대해서도 신뢰를 준다. 1970년대 중동에 진출한 선배들이 만들어 놓은 좋은 이미지 덕인거 같다.
중소기업이 미국,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느끼는 모멸감이 중동에는 별로 없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 자신을 갖고 성심 성의껏 대응하면 좋은 파트너로 발전될 거라 확신한다. 우리는 두바이몰 바이어와 3년 이상 거래하고 있지만 모든 결제가 선금으로 진행하고 있고 가격도 좋다.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현지 문화를 이해하고 관련 제품을 개발하면 좋은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 한다.
또 중동 현지 매장을 운영하는 바이어들은 한국에서 물건이 배송되면 통관 등 여러 어려움을 겪는 거 같다. 두바이 현지에 KOTRA 물류지원 서비스를 이용해 JIT시스템처럼 운영하면 고객들로부터 큰 신뢰를 얻을 거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