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 업체가 신규 투자에 주춤하고 있는 사이 중국 디스플레이 투자 열기가 달아 오르고 있다. 지난 4월 BOE가 세계 최초 10.5세대 액정표시장치(LCD) 생산 공장 설립을 발표한 이후 차이나스타(CSOT)도 유리기판 크기를 더 늘려 11세대 신규 투자를 추진한다.
삼성과 LG디스플레이는 아직 10세대급 LCD 공장 건설을 결정짓지 못한 터라 자칫 단기간에 시장 주도권을 상실하고 글로벌 1위 자리마저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CSOT는 11세대 LCD 공장 건설 검토에 나섰다. 일부 글로벌 장비 업체와는 관련 장비 도입을 논의하고 있다. 여느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와 마찬가지로 중국 중앙·지방 정부와 합작투자로 진행한다.
CSOT는 중국에서 BOE, 티안마와 함께 디스플레이 생산량 확대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대표적인 업체다. 올해 우한지역에 6세대 신공장을 건설하면서 상반기 통틀어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가운데 설비에 가장 많이 투자한 곳이기도 하다. 선전 T2 공장에서는 8.5세대 라인을 올해부터 가동했다.
CSOT는 세계 최대 기판 크기인 11세대 공장 건설까지 나서면서 기술력을 과시하고 급부상한 자국경쟁업체 BOE를 견제하겠다는 포석이다. 10세대급에선 마더글라스 한 장에서 65인치 8컷을 얻을 수 있다. 8.5세대에선 65인치 3컷밖에 생산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 정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재정적인 지원이 크게 뒷받침될 것”으로 내다보며 “기술 면에서는 일본 샤프가 10세대를 가동한 이후 장비 업계가 차세대 기술로 다년간 11세대급을 준비해와 상당하게 진척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2월 10.5세대 생산라인을 착공하는 BOE 역시 또 증설에 나선다. 10.5세대 공장이 ‘B9’이고, B10 공장을 8.5세대로 후저우에 짓는다. 충칭, 허페이, 베이징에 이어 네 번째 8.5세대 공장이다. CEC-판다도 난징에 8.5세대 공장 건설에 본격 나섰다. 지난 한 달간 설비투자 관련 비딩 공고만 56건이 이뤄졌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와 달리 국내 업체들은 신규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이다. 중국 업체들이 면취효율이 높은 10세대급 신규 공장을 연이어 가동하면 패널 공급과잉으로 수익성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LCD 생산 능력을 확대해 맞대응 전략을 펼칠지, OLED 신규 투자로 차별화할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초기 LCD 패널 시장은 일본이 주도권을 쥐었으나 2000년대부터는 국내 업체들이 선두자리에 오르면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오는 2018년이면 유리면적 기준으로 중국이 우리나라 생산능력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대투증권은 내년 중국 패널업체 생산능력이 올해보다 15~17%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패널 업체들의 단계적 후속 투자가 진행되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장비 업체 수혜가 클 것”으로 전망하며 “단발성 장비 납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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