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분석 `핀테크 신(新)비즈니스`로 뜬다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 시스템이 새로운 핀테크 비즈니스로 부상했다. 인터넷전문은행, 크라우드펀딩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도 부가적인 신용평가 모델이 필수라는 전문가 의견도 나온다.

어니스트펀드 로고 제공 어니스트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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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공 어니스트펀드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시장은 주요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 나이스신용평가)를 중심으로 30년간 과점 체제를 유지해왔다. 최근 들어 제4 신평사 설립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모두 ‘피코(FICO)스코어’로 불리는 신용평가 기준을 채택하고 있다.

피코스코어는 기존 대출 내역, 연체 기록, 신용카드 거래 실적 등 객관적이고 정형화된 데이터를 중심으로 미국처럼 신용도를 점수화하거나 우리나라처럼 1등급에서 10등급까지 줄을 세우는 방식이다.

하지만 기존 신용평가 모델을 기반으로 하면서 빅데이터를 가공한 새로운 방식 신용평가 지표를 도출하는 핀테크 서비스가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해외에서는 이미 대체 신용평가 모델 연구가 활발하다. 소셜·심리 등 비정형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합적인 신용평가 모델을 구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페이오프의 심리 테스트 문항 이미지>
<페이오프의 심리 테스트 문항 이미지>

홍콩 핀테크기업 렌도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상 정보를 활용해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 소셜미디어 친구 중 연체자가 있으면 신용점수가 깎인다. 자동차 사고, 실직 같은 부정적인 단어를 올려도 신용도에 영향을 미친다. 2011년에 시장에 등장한 렌도는 2년간 세계 35만명 회원을 모집했다.

미국 페이오프는 고객을 조직·사고방식·감정·대인관계·사회적 성향 다섯 가지로 나누고 해당 성향에 맞는 퀴즈를 풀면 본인에게 맞는 자산관리 방법을 소개해준다. 이를 기반으로 최저 6%에서 19.65%까지 기존 카드론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을 집행한다.

<제스트파이낸스의 홈페이지 이미지>
<제스트파이낸스의 홈페이지 이미지>

독일 크레디테크도 비정형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7월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시엘 등이 참여한 투자 컨소시엄으로 총 1042억원 투자금을 유치했다. 크레디테크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 가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업계 평가다.

장승민 성균관대 교수는 “2006년부터 비정형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모델 연구는 미국, 영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져 왔고 일부 해외기업은 이러한 연구로 부채 감소 효과를 실제로 입증하기도 했다”며 “국내에서도 기존 신용평가 모델에 행동패턴, 심리 등 다양한 비정형데이터를 더한 새로운 신용평가 모델을 기반으로 일괄적인 금리가 아닌 개인 맞춤형 금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관심이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핀테크기업 어니스트펀드가 고객 심리, 행동패턴, 성격을 분석해 이를 신용평가 시스템에 적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장승민 교수 연구팀과 협업해 심리측정 기반 신용평가 시스템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고 특허 출원까지 완료한 상태다.

김주수 어니스트펀드 대표는 “기존 신용평가 시스템에 행동과학 기반 신용평가 시스템이 더해지면 금융권에서 구별하기 어려웠던 대출자 상환의지를 파악할 수 있어 금융혜택 범위를 넓힐 수 있게 된다”며 “어니스트펀드는 새로운 행동과학 기반 신용평가 모델로 획일적인 금리 제공에서 벗어나 개인별 맞춤 금융 혜택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고객 신용도를 보고 대출 한도나 금리를 결정하는 기존 금융권에서는 아예 새로운 방식 신용평가 모델을 채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 부가적인 신용평가 모델을 채택해 기존에 놓쳤던 저신용 우량 고객을 유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용평가 핀테크 모델이 주목받는다.

이영환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과 크라우드펀딩산업에서 필요한 것이 바로 다양한 비정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용도 산출 시스템”이라며 “소셜 데이터 등에 시장 의구심은 있지만 고도화한 핀테크 기반 신용평가 시스템은 향후 업계에서 세를 넓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