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노믹스]<에디터스 레터> 변리사 & 변호사

이달 초 흥미로운 성명서 한 부가 데스크에 전달됐습니다. 사단법인 서울봉제산업협회 명의로 발송된 이 공문의 제목은 ‘봉제산업의 봉제기술자들을 위한 통합 명칭 제안’.

골자는 그간 공순이·공돌이로만 불리던 봉제인들의 호칭을 ‘소잉 마스터’(sewing master)로 바꿔 불러달라는, 일종의 호소문이었습니다.

여느 자료처럼 세련된 문체는 아녔지만, 이 분들이 느끼셨던 그간의 설움이 행간 곳곳에 배어 있었습니다.

혹, 저희 기자들이 관련 기사를 올린다면, 저부터라도 소잉 마스터란 호칭을 적극 써드릴 생각입니다.

디자이너. 지금은 흔한 명칭이지만,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도안사’로 불리던 직업입니다. 웬만한 출판사엔 ‘도안과’라는 부서가 따로 있던 때입니다. 도안사와 디자이너의 차이는 ‘천지간’이었다는 게, 도안사로 출발해 디자이너가 된 이들의 공통된 회고입니다.

최근 들어 개명(改名)으로 가장 재미 본 직업은 ‘쉐프’가 아닐까요.

평생 주방장이나 조리사로만 불리던 분들이, 입 안 가득 청신한 바람을 일으키는 세련된 이름으로 일순간 탈바꿈한 겁니다. 이후 이들 직업군의 경제적 대우는 물론, 사회적 지위까지 덩달아 ‘청신’해진 듯 합니다.

변리사와 변호사간 직역 다툼이 꼬여만 갑니다. 하지만, 이들의 직무를 구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일반인에겐 특허 출원과 등록을 구별해내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입니다.

변리사라 하면, ‘전문직 소득 랭킹 1위’라는 그릇된 이미지만 갖고 있는 정도입니다. 혹자는 두 직업명이 유사해, 서로 늘 으르렁댄다는 우스개 소리를 합니다.

그럼, 변리사는 앞으로 뭐라 바꿔 불러야 좋을까요. 뭐라 불리던 ‘일을 맡아서 처리한다(辨理)’는 식의 모호함만은 버렸으면 합니다. 특허적 ‘적확함’이야말로 일반 변호사와 구분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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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경동 IP노믹스 편집장 nina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