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우리나라 정유사 가운데 가장 싸게 원유를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정제 고도화 설비 비중이 높은 특성을 살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중질유를 많이 구매했다. 업계는 현대오일뱅크 13분기 연속 흑자경영 배경도 여기서 찾았다.
28일 국내 정유사 상반기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원유 도입가격이 가장 낮은 정유사는 현대오일뱅크로 배럴당 52.14달러에 들여왔다. GS칼텍스가 54달러로 뒤를 이었고, SK이노베이션이 55.55달러, 에쓰오일이 56.14달러로 가장 비싸게 원유를 구매했다.
현대오일뱅크 원유도입가격은 지난해에도 에쓰오일(배럴당 95.73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배럴당 98.25달러를 기록했다. 오일뱅크 올해 원유 도입가격은 업계 평균 대비 배럴당 3달러가량 낮았다. 소비자가 주로 사용하는 단위인 리터로 환산하면 약 22원 차이다.
원유 도입가격이 낮은 이유는 높은 고도화비율과 연결돼 있다. 고도화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저가 벙커C 등을 다시 휘발유, 경유 등 고가 경질유 제품으로 재처리하는 과정을 말한다. 벙커C 가격이 원유보다 배럴당 7~8달러 정도 낮기 때문에 이를 처리해 경질유 제품을 생산할수록 이익이 남는다.
경질유 제품 가격이 벙커C 가격보다 보통 배럴당 15달러 이상 비싸다. 현대오일뱅크 고도화비율은 업계에서 가장 높은 39.1%다. 36.7%였던 고도화비율을 올해 2.4%p가량 높였다. GS칼텍스가 34.6%, SK이노베이션(울산 콤플렉스)과 에쓰오일은 각각 23.4%, 22.1% 수준이다. 고도화비율이 높아지면서 벙커C 함량이 많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초중질유 도입량이 증가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영업비밀이라 초중질유 도입 비율과 원가까지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도 “일반 원유 대비 가격이 낮은 초중질유 도입량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현대오일뱅크 흑자경영 비결도 여기서 나온 것으로 봤다. 현대오일뱅크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1724억원, 1005억원으로 13분기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 정유업계가 총 7000억원에 달하는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지난해에도 매분기 홀로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 2011년 2조6000억원을 투자해 제2 고도화 설비를 준공한 이후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됐다. 현대오일뱅크 정유사업 영업이익률은 지난 2011년 3.1%를 기록한 이래 올해 3분기(4.6%)까지 5년 연속 업계 1위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비율이 높고 정제 총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지난해 유가 급락 뒤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정유4사 원유 도입평균가격 및 고도화비율
자료:각사 취합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