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날씨가 쌀쌀한, 완연한 가을이다. 곳곳에 물든 단풍도 좋지만 색다른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짬을 내 남도로 가보는 것도 좋다. 억새와 갈대 같은 볼거리는 물론이고 남도 특유 먹거리를 즐기기도 좋은 계절이다.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가득한 축제 코스가 이어진다.
호남의 대표 가을 축제인 ‘순천만 갈대축제’는 올해 17회째를 맞는다. 다음 달 6일부터 8일까지 개최되는 이번 축제는 해설사와 함께하는 ‘새벽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30일까지 홈페이지에서 신청할 수 있다. 새벽 6시부터 해설사 설명을 들으면서 무진교, 갈대숲탐방로, 용산전망대를 구경할 수 있다.
순천만은 광활한 갯벌과 갈대밭으로 이뤄진 자연의 보고다.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기도 한 정원문화 진수다. 하루 종일 둘러봐도 모자란 갯벌과 정원이 새벽과 낮, 저녁 시간마다 표정을 바꾼다. 그냥 둘러봐도 좋지만 축제 기간이라면 새벽투어를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축제 기간 중 순천 도심에서는 ‘밥상의 정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셰프의 디너’ ‘순천의 디너’ 같은 이름으로 순천 밥상을 맛볼 수 있다. 올해 축제 주제가 ‘맛있는 정원, 춤추는 갈대’, 부제가 ‘갈대와 순천 밥상의 만남’인 만큼 빠질 수 없는 먹거리를 기대해도 좋다.
순천만과 순천만정원으로 장소를 나눠 즐기면 더 좋다.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습지, 국가지정 문화재 명승 41호로 지정된 명소다. 농게, 칠게, 짱뚱어 등 갯벌 생물과 갈대 냄새가 가득하다. 걷기대회와 동물체험 같은 축제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순천만정원은 축제 기간 문화의 정원으로 변신한다. 유명 재즈 아티스트와 지역 예술단체가 공연에 참여한다. 정원 내 한방 체험관에서는 유명 셰프가 관광객과 함께 ‘친환경 도시락’을 먹으며 음식 철학을 들려준다. 셰프와 순천 지역 대학생이 공동 개발한 레시피를 현장에서 전시·판매하는 ‘순천의 디저트’ 행사도 이색적이다.
좀 더 본격적인 먹거리 축제를 즐기고 싶다면 30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열리는 ‘벌교 꼬막 축제’를 추천한다. 벌교는 우리나라 대표 꼬막 산지다. 날이 추워져야 제 맛이 살아난다는 벌교 꼬막을 한시라도 빨리, 조금이라도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축제다.
꼬막이 나는 갯벌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대포리 갯벌 체험’과 갯벌 달리기 경연이 즐거움을 더한다. 시식 전 꼬막을 직접 삶아보는 체험도 할 수 있다. 꼬막 무게 맞추기, 꼬막 던지기, 널배타기 같은 프로그램은 먹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노는 즐거움도 선사한다.
이웃 고장 보성의 특산물도 등장한다. 축제 부대 행사로 보성녹차 시음회가 열린다. 남도 대표 음식을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벌교는 대하소설 ‘태백산맥’ 주 무대기도 하다. 축제 때마다 열리는 태백산맥 관련 전시 역시 볼거리다. 라철, 채동선, 조정래 등 역사인물 관련 전시도 열린다.
태백산맥 문학 기행은 31일 현장 접수하는 프로그램이다. 해설사와 함께 소설에 등장하는 장소를 직접 둘러볼 수 있다. 소화 다리, 야학 교회, 남도 여관 같은 장소를 둘러본 뒤 문학기행 OX 퀴즈를 낸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