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화평법 산업계 요구 수용해 손질…“화관법이 더 문제”

앞으로 기업이나 기관은 연구용으로 쓴 0.1톤 미만 화학물질 처리결과를 정부에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정부 제출 서식 중 영업비밀 유출 우려를 샀던 화학물질 정보엔 ‘제품명’만 적도록 바뀐다.

환경부는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화평법) 시행 초기에 제기된 산업계 개선 요구를 수용해 이 같은 내용으로 시행규칙을 개정한다. 개정 시행규칙은 30일 시행된다.

유통 가능성이 적은 연구용 0.1톤 미만 화학물질은 처리결과를 일일이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매년 등록면제확인을 받아야 했던 동일 화학물질 시약은 최초 한 번만 확인 받으면 되도록 고쳤다.

영업비밀 유출을 우려, 화학물질 정보 제공을 꺼리는 문제 해소를 위해 일부 서식 화학물질 정보는 ‘제품명’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수입자를 대신해 해외 제조자도 화학물질명과 수입량 등을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절차도 마련된다.

수입제품 보고 의무를 대신 수행하는 선임자(OR)와 관련해 선임서 신고기관을 일원화하고 신규 선임자가 변경서만 제출하도록 간소화했다. 다수결이었던 공동등록 대표자 선정방식도 공동등록 참여자가 자율적으로 선정하도록 개선했다.

화평법은 화학물질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올해 시행됐다. 이에 산업계에서는 구비 서류 과다, 복잡한 절차 등 애로사항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8월 보고의무 대상 범위 축소, 소량 R&D 물질 서류면제 등을 담은 화평법 개선 건의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산업계는 화평법상 등록면제 대상인 연구개발용 화학물질은 면제 확인을 위한 입증 서류가 많아 연구 활동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시약용 화학물질은 동일 물질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반복해 등록 면제확인을 받도록 하는 것도 절차와 비용이 부담이 된다는 의견도 제기했다.

환경부는 연구개발(R&D)업계·산업계 간담회 등을 열어 이 같은 의견을 수렴하고 화평법 입법 취지는 살리돼 행정절차 이행 부담은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환경부는 이번 시행규칙 개정으로 산업계 이행 부담을 최소화해 제도가 안착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개정에 소재·화학업계에선 “화평법은 많이 개선돼 적응할 수 있다고 판단하지만 더 많이 걱정하고 있는 부분은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이라고 밝혔다.

소재업체 한 관계자는 “정밀화학산업은 고객 적기대응이 매우 중요한데 화관법 ‘장외영향평가’로 연구개발단계 시험 생산에 제약을 받는다”며 “매번 품목이 변경될 때마다 장외영향평가로 짧아도 3~6개월은 소요돼 적기대응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이병화 환경부 화학물질정책과장은 “산업계가 화평법을 차질 없이 이행할 수 있도록 세부 업무 지침, 안내문 등을 정비해 불필요한 행정비용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라며 “화학법령과 정보에 취약한 업체 전문 상담과 권역별·산단별·업종별 교육을 확대해 산업계 화평법 이행 역량을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화평법 시행규칙 주요 개정내용


자료:환경부

정부, 화평법 산업계 요구 수용해 손질…“화관법이 더 문제”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