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특허무효심판제’에 메스가 가해진다.
최동규 특허청장은 IP노믹스와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 공동 주최로 최근 열린 ‘IP리더스 포럼 정례회’에서 글로벌 스탠더드에 뒤떨어지는 각종 특허제도에 대한 개혁 의지를 분명히 했다.
최 청장은 “지금껏 특허청은 ‘특허심사 처리기간’ 기록 단축에 매진했다”며 “그 결과, 올해 평균 특허·실용신안 심사처리기간은 11개월로, 목표했던 11.7개월을 초과 달성했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속도전에 발목 잡혀 본질적 제도 개선은 이루지 못했다는 게 최 청장의 진단이다. 단기적 성과를 위해 특허청의 대다수 자원과 인력이 전력 투입됐기 때문이다.
최 청장은 “앞으로는 기록 단축에 얽매이지 않고, 장기적 제도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가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것은 ‘특허무효심판제’ 개선이다.
특허무효심판제는 특허 유·무효를 판단하는 제도로, 최근에는 특허분쟁에서 상대특허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주로 활용된다.
이날 최 청장에 따르면, 국내 특허무효심판에서 무효화율은 75%를 웃돈다. 작년에 53%였던게 계속 증가세다. 20%인 일본에 비해서도 압도적으로 높다.
나라에서 정식으로 특허 인정 받은 기술 10개중 7개 이상이 판사 앞에만 가면 쓰레기가 된다는 얘기다. 대법원까지 가면 살아남을 특허 하나 없다는 말도 있을 정도다.
최 청장은 무효화율이 높은 이유로 현행 3심제를 꼽았다. 특허심판원이 담당하는 1심만 사실심이다. 기술 검토는 여기서만 이뤄진다. 특허법원이 담당하는 2심과 대법원 소관 3심은 법률심으로, 1심의 기술 검토 결과는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해당 특허가 1심에서 기술적 ‘진보성’을 인정받아도, 결국 법률적 해석에 따라 무효화되는 사례가 많다는 게 최 청장의 지적이다.
이에 그는 “특허가 철저히 기술 영역인 만큼, 무효 심판도 기술적 ‘진보성’이 주요 기준이 돼야한다”고 역설했다.
행사 공동 주최 측인 한국지식재산서비스협회의 백만기 회장도 “높은 무효화율로 최근 ‘특허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다”며 “팽배한 무력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현행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김주섭 LG전자 상무도 국내 특허 ‘질’ 제고 필요성을 주장했다. 특허 심사관이 도면 등 서류에만 매몰되지 말고, ‘진짜 기술’을 봐야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최 청장은 “특허도 ‘현장’이 중요하다”고 동의하며 ‘동대문 시장의 젓가락’을 예로 들었다. 젓가락 특허를 제대로 심사하기 위해선, 특허 도면을 파헤치기 보단 시장에서 실물을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 변리사·변호사 등 업계 전문가 30여명이 참석했다. 특허제도 개선안과 민관 협력 등 다양한 의견이 논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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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노믹스=양소영기자 sy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