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전지를 옷처럼 입고 다니며 에너지를 얻는 상상 속 기술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몸에 착용할 수 있는(웨어러블) 기기는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을 넘어 과학기술계 최대 관심사 중 하나다. 기술 선진국과 글로벌 기업은 앞다퉈 안경, 시계, 팔찌, 신발 등에 웨어러블 기술을 접목한 첨단 전자제품을 경쟁적으로 개발·양산하고 있다.
웨어러블 기기 개발·상용화에는 기기를 동작할 수 있는 전력원 개발이 필수다. 웨어러블 특성상 이 전력원 또한 유연하고 내구성이 강하며 가벼워야 한다.
이를 위해 옷감 형태 태양전지 연구개발(R&D)이 활발하지만 상용화 사례는 아직까지 찾기 어렵다.
이동윤 한국전기연구원(KERI) 나노융합기술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세계 처음으로 직조물 구조의 섬유형 유연태양전지를 개발한 과학기술자다.
탄소나노튜브(CNT) 기반 염료감응태양전지 개발을 시작으로 종이형 태양전지에 이어 최근 직조물 구조 태양전지 개발까지 유연태양전지 분야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직조물 구조 섬유형 태양전지는 직조공정에서 섬유에 가해지는 마찰력과 장력 때문에 섬유 파손을 피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전기전도성에도 장애가 나타나지만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 기술 개발이 답보상태였다.
이 연구원은 금속과 세라믹 섬유를 활용해 태양전지 전극 구조를 옷감처럼 베틀로 짜고 여기에 광전극과 염료를 프린팅하는 방법으로 이를 해결했다. 실제 옷감처럼 직조기로 태양전지를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태양전지 섬유 제조에 적합한 직조기를 독자 개발해 금속섬유, 세라믹섬유, 천연섬유를 혼합한 다양한 형태 태양전지 섬유 제조를 가능하게 했다.
이동윤 연구원은 “KERI가 개발한 태양전지는 접어도 될 만큼 유연성이 높다. 기계적 내구성도 우수해 다양한 제품에 응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전지 에너지 변환효율이 5%대에 달해 빠른 시일 안에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이 개발한 기술은 섬유 직조구조를 활용한 첫 태양전지 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밀봉기술과 전해질기술, 효율 최적화 등 상품화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여럿 남았지만 핵심은 직조 태양전지 구현이었다.
이 연구원은 이 기술개발로 산업통상부가 R&D 지원 과제 중 기술 개발 및 사업화 성과 확산에 기여한 과제 수행자에게 주는 ‘이달의 산업기술상’ 신기술 부문 장관상을 수상했다.
이 연구원은 “남아 있는 기술적 문제는 응용 범위에 따라 하나씩 연계해 해결해나갈 계획”이라며 “레저용 및 방산 분야에 우선 적용이 가능하고 건물일체형 태양전지 연구도 활발하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창원=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