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는 잘나가던 인턴십 회사를 운영하다 사업 실패로 무일푼 신세가 됐던 한 기업인이 재도전에 나섰다.
최영민 앤빌리지 대표 이야기다. 그는 서른 살에 일본 대학과 기업에 인턴십 대학생을 보내는 회사를 창업했다. 회사도 조금씩 성장했다. 하지만 일본 쓰나미 사태에 발목이 잡혔다. 매출은 급감했고 급기야 회사는 문을 닫아야했고 최 사장은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다.
‘시행착오는 있지만 실패는 없다’는 각오로 재창업에 사활을 걸었다. 재기 발판은 사물인터넷에서 찾았다.
최 사장은 지난 2월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부터 사업자금 6000만원을 지원받아 스마트폰 번호로 사물을 제어하는 기술(번호 기반 웹 매칭 서비스 및 사물제어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스마트폰 다이얼 번호와 특수기호로 미리 지정한 사물을 편리하게 작동시키는 원리다. 스마트폰에 별도의 애플리케이션(앱)을 깔지 않아도 되는 획기적 기술이다. 올해 초 이 기술로 특허도 받았다.
지난 7월 이 기술을 기반으로 삼성벤처투자로부터 1억원을 투자받았다. 같은 시기에 경북테크노파크 주최로 열린 ‘2015 경북청년창업경진대회’에서 대상도 수상했다.
앤빌리지가 개발한 기술은 스마트 관광안내표지판, 차량정보 습득시스템, 지자체 사물제어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할 수 있다. 최근엔 중국 모 기업에서 기술을 팔 수 없겠냐며 제안이 들어왔지만 직접 응용제품을 만들겠다며 거절했다.
앤빌리지는 최근 경북TP 도움으로 일본 교토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교토 리서치파크(KRP) 입주도 준비하고 있다. 앤빌리지는 원천기술이 개발된 만큼 추가 투자유치를 통해 내년부터 다양한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응용기술과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인터뷰] 최영민 앤빌리지 사장
“일본을 대상으로 잘나가던 사업이 실패하고 신용불량자가 돼 채무자에게 쫓길 때는 죽고 싶은 생각뿐이었습니다.”
최영민 사장은 2011년 일본 쓰나미 사태로 사업이 직격탄을 맞은 뒤 어려웠던 시기를 떠올렸다. 비참하다 못해 목숨을 버릴 생각으로 영덕의 이름 모를 바닷가를 찾은 적도 있었다.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전 아마 일어서지 못했을 겁니다. 그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꼭 다시 일어서야겠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었습니다.”
재기할 수 있었던 계기는 우연하게 찾아왔다. 최 사장은 결혼을 약속한 사람 권유로 사업에 실패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재기중소기업개발원의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사업에 망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기 위한 2주간 힐링캠프였다. 거기서 그는 자신보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마음을 다잡고 재도전의 꿈을 키웠다.
최 사장은 지난해 9월 KDB산업은행이 주최한 스타트업 지원프로그램 참가를 시작으로 다양한 창업교육을 받았다.
그는 “그때 실패하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사업에 실패했을 것”이라며 “그동안 다양한 창업교육을 받으면서 이젠 제대로 사업을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