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내년도 투자 계획이 불투명해지면서 반도체 장비업계 불안감이 커졌다. 세계 경기 침체와, 불확실한 환율 동향, 스마트폰 성장 둔화 등 대외 환경 악재가 주요 원인이다. 신규 설비를 첨단 공정 기반으로 꾸려야 하는데 기술 난이도가 높아 개발 기간이 길어지면서 확실한 투자 시점을 잡지 못한 것도 영향을 끼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발표에서 내년도 투자계획을 명확하게 밝히지 못했다. 아직 4분기가 남았지만 내년 사업계획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불투명한 설비 투자 분위기에 장비기업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도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20나노 D램 공정 전환과 3D 낸드플래시의 적층 기술 상황에 따라 기업간 원가경쟁력 차이가 발생해 시장 점유율과 실적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까지 누적 19조2000억원을 투자해 연간 설비 투자 계획의 72%를 집행했다. 시장에서 3D 낸드와 20나노 D램 공급이 수요보다 부족해 증설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내년에는 최대한 현재 설비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분위기다.
백지호 삼성전자 메모리마케팅팀 전무는 “현재 낸드플래시 생산 설비를 풀 가동 중이고 17라인에서도 20나노 D램을 최대치로 생산하고 있다”며 “현재 설비 수준에서 풀가동을 지속하면 내년에 목표한 비트그로스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 설비 도입은 당장 고려하지 않는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는 새로운 M14 팹 1층에서 사용할 장비를 대부분 입고해 대규모 D램 장비 투자는 당분간 없을 전망이다. 연말까지 M14에서 20나노 초반대 D램 양산성 검증을 끝낼 예정이다. 따라서 내년부터 대량 양산을 시작하는 3세대(48단) 3D 낸드에 대한 설비 투자가 향후 투자를 좌우한다.
김준호 SK하이닉스 경영지원부문 사장은 “초기에는 기존 플래너 낸드 설비를 3D 낸드용으로 전환해 빠르게 물량을 확보할 것”이라며 “시장에서 3세대 3D 낸드 채택이 빨라져 생산량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면 M14 2층을 3D 낸드 팹으로 꾸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3D 낸드가 내년 설비 투자 중심에 떠올랐지만 전반적인 투자 기조는 올해보다 늘리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D램은 올해 월 27만장 수준을 유지하고 내년에 27만~28만장 수준을 예상하지만 DDR4와 LPDDR4 비중을 확대하고 20나노 초반대 공정 전환을 감안하면 줄어든 생산량을 보완하는 수준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까지 누적 5조3000억원 설비 투자를 집행했다. 연말까지 당초 계획대로 6조원 이상 투자를 완료할 계획이다.
백지호 삼성전자 메모리마케팅팀 전무는 “각 기업이 생산하는 20나노 D램 생산성이나 수율 차이를 면밀히 살펴야 하고 특히 고성능 고신뢰성이 필요한 서버와 모바일향 D램 비중이 커지고 있어 더욱 관건이 될 것”이라며 “얼마나 원활하게 20나노 D램을 생산하고 제품군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느냐가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반도체 장비기업 한 관계자는 “내년 설비투자 분위기가 어느 정도 형성돼야 할 시점인데 경영계획이 불투명하고 변동성이 커서 사업계획 수립이 어렵다”며 “이렇다 할 투자 모멘텀이 보이지 않아 힘든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