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혁신도시와 맹모삼천지교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 이주율을 보면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가 떠오른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전국 10개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중간 성적표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가족동반 이주율은 평균 24.9%에 그쳤다. 지역별로 보면 전북과 부산이 30%를 넘겼고, 충북, 경남, 강원은 10%대 중후반으로 이주율이 저조하다.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율은 75%다. 내년이면 대다수 공공기관이 이전을 마무리한다.

[프리즘]혁신도시와 맹모삼천지교

직원 이주는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이전 공공기관 직원 10명 중 7~8명이 가족 없이 혼자 내려오는 ‘나홀로’ 이주다.

공공기관 이전으로 인구증가를 기대했던 지자체는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자체 시각에서보면 가족동반 없는 공공기관 직원 나홀로 이주는 의미가 없다. 소비 대부분이 가족이 거주하는 곳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가족동반 이주율이 낮은 가장 큰 이유로는 교육과 문화, 교통 등 정주여건을 꼽는다. 발표한 가족동반 이주율을 봐도 교육환경이 비교적 잘 갖춰진 대도시 주변 혁신도시가 높았다.

노무현정부 때 추진된 지방분권화는 중앙에 있는 정부기관을 이전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 균형발전을 만들어 내자는 것이 취지였다. 이주율이 저조하다는 것은 그만큼 공공기관 이전 효과가 없다는 것을 뜻한다.

기관을 이전한다고 가족 전체가 이주할 것이라는 착각은 버려야 한다. 혁신도시를 발전시키는 것은 정부와 공공기관 이전이 아니라 교육을 비롯한 그 도시의 다양한 문화와 산업구조 등 유인책이 뒤따라야 한다. 혁신도시라 이름 붙인다고 ‘혁신’이 되고, ‘도시’가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실리콘밸리를 한국에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실리콘밸리 상황과 역사적 배경이 우리 그것과 다르기 때문이다. 대덕연구단지를 만드는 데 30년이 걸렸다. 도시가 혁신하려면 그만큼 역사가 쌓여야 하고, 그것이 문화로 정착돼야 한다. 그것은 이제 지자체 몫이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