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비전 뉴스를 보면 지구촌 곳곳에서 땅속에 매설된 수도관 물이 새어 물난리가 나거나 단수로 주민이 불편을 겪는 소식을 접하곤 한다. 수도관이 노후화돼 물이 새거나 외부 충격 등으로 인해 관이 터지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수도관에서 물이 새어 나와 도로를 온통 물바다로 만들기 전에 미리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수도관에 센서를 설치해 누수진동과 누수음을 무선통신망으로 원격 모니터링하고 감지하는 창의적 아이디어가 바로 그 해결책이다. ICT를 기반으로 한 이러한 획기적 융합 기술을 자랑스럽게도 국내 중소기업이 보유하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ICT는 기존 제품 기능과 성능을 조금 더 개선하는 일종의 ‘선택적’ 수단이라고 인식됐다. 하지만 앞의 사례에서 보듯이 ICT 융합은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등 국가 산업 발전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세계 ICT 융합 시장은 2010년 1조2000억달러에서 2020년 3조8000억달러로 세 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ICT 융합 관련 신규 시장과 수요가 급격히 팽창하는 추세다.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ICT·가전제품 전시회에서 현대자동차, BMW, 포드 등 10개의 자동차 회사가 자율주행, 전자동 주차시스템,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자동차와 ICT가 융합된 ‘스마트카’를 전시해 참관객과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예년 같으면 애플, 삼성전자, 마이크로소프트 등 ICT 전문기업이 전시회를 주도했겠지만 이제는 자동차를 비롯한 기존 산업과 ICT가 융합하는 트렌드가 주류를 이루고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른다.
ICT 융합 분야에서 대한민국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창의적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기술로 구현하는 기업이 끊임없이 나와야 한다. 스타트업,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 기존 산업에서도 ICT 융합 물결이 일어나야 한다.
정부에서 ICT 이노베이션대상을 통해 혁신적 ICT 융합 선구자들을 발굴하고 격려하는 것도 융합 물결을 널리 퍼뜨리기 위해서다. 이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용단, 인재에 대한 투자, 기술적 상상력 등이 삼위일체가 돼 지금의 성공을 이룬 것이기에 무엇보다 값지다.
ICT 융합을 이끄는 모든 분들이 흥겹게 일하고 도전하도록 정부에서는 ‘K-ICT전략’으로 ICT 융합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교통·에너지·관광·도시·교육·의료 6대 분야 대규모 ICT 융합 사업을 통해 사회전반 ICT 융합 수준을 8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또 수요자 관점에서 융합 규제를 상시적으로 발굴하는 체계를 구축해 자율주행, 헬스케어 등 ICT 융합과 스마트미디어, 클라우드 등 신산업 분야 융합 규제를 신속히 해소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ICT 융합 분야는 눈 깜짝할 사이에 시장이 바뀌고 선두 기업이 바뀌는 치열한 시장이다. 도전과 성공, 좌절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곳이다. 대한민국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고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ICT 융합을 버려서도 비켜가서도 안 된다. 최근 ICT 이노베이션 대상 48명 수상자는 ICT 융합 파도에 도전했고 그동안 흘린 땀과 열정의 대가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대한민국 경제 숨은 일꾼으로서 앞으로도 ICT 융합 분야에서 감동적인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 가기를 기원하며 박수를 보낸다.
강원대학교 권호열 교수 hykwon@kangw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