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로봇표준 경쟁 가열…정부, 공격·방어체계 구축

로봇을 둘러싼 국제표준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안내로봇 시연 모습.
로봇을 둘러싼 국제표준 선점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사진은 안내로봇 시연 모습.

내년 1월 국제표준화기구(ISO)에 로봇 표준을 전담하는 위원회가 처음 설치된다. 미국·EU 등 선도국 간 로봇 표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 정부는 지능형 서비스 로봇 중심으로 국제표준 대응체계를 구축한다.

3일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ISO는 분과위원회(TC184/SC2) 형태로 운영하던 로봇 표준 연구조직을 내년 1월 독립 위원회(TC299)로 확대 개편한다. 그간 ISO 내 로봇 표준 연구는 자동화기기위원회 아래 분과위에서 이뤄졌다. ISO는 로봇이 성장산업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판단 아래 표준 연구조직을 강화했다.

로봇 표준 영역은 지속 확대되는 추세다. 또다른 국제표준화단체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도 지난 6월 로봇 표준을 조율하는 전략위원회를 설립했다. IEC는 가전·기계 등 분야별로 해당되는 로봇 표준을 제정하는 구조다. 로봇 활용범위가 넓어지면서 표준 간 충돌·혼선이 이어지자 전략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 조정 기능을 부여했다.

미국·EU 등 로봇 선도국가는 로봇 국제표준에 적극 대응했다. ISO와 IEC 표준을 자국 업계에 유리하게 이끌었다. 이들 표준을 자국 기술규제에 인용했다. 국제표준을 이용해 보이지 않는 장벽을 쌓았다.

세계 로봇시장은 2013년 148억달러에서 2018년 211억달러로 늘어날 전망이다. 우리나라 점유율은 5.4% 수준이다. 로봇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으려면 연구개발(R&D) 못지않게 표준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

국표원은 로봇 표준 전쟁에 대비해 ‘지능형 로봇 표준화 추진계획’을 수립했다. 미·EU에 비해 산업규모와 기술력이 취약한 것을 감안해 분야별로 공격과 방어 ‘투트랙’ 전략을 마련했다.

국내 기업이 경쟁력을 갖춘 청소·주행·헬스케어 등 전략 분야는 국제표준을 선점·주도하는데 주력한다. 평가·시험방법과 성능기준을 국내 제품에 유리하도록 제정한다.

제조용 로봇처럼 국내 기술수준이 낮거나 의료 로봇 같은 미래 유망 분야는 대응·방어에 역량을 집중한다. 국제표준 국내 보급을 확대해 기술력 향상을 꾀한다. 개발 기간을 확보하려 안전요건 국제표준화를 가능한 지연시키는 전략을 병행한다.

국내 시장 활성화를 위해 서비스 로봇 KS 인증 품목을 확대한다. 안내·경비·재활훈련 로봇 등이 대상이다. KS 인증 범위를 넓혀 로봇 시장에서 소비자 신뢰도를 개선한다. 앞서 로봇청소기(2009년), 교구로봇(2011년)은 품질인증 도입 후 국내 생산규모가 각각 400%, 200% 이상 커졌다.

임헌진 국표원 기계소재표준과장은 “표준·인증 등 국제표준을 선점해 유망 로봇 내수 시장을 확대하고 수출을 견인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