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화석유가스(LPG) 업계와 정유 업계가 일반인에게 중고 LPG차 매매를 허용하는 입법안 처리를 앞두고 물밑 공방을 벌이고 있다. LPG차 사용 제한으로 시장 확대에 어려움을 겪던 LPG업계는 최근 여야 공감대를 끌어내며 개정안 통과 가능성을 높였다. 정유업계는 연료 수급 안정성을 저해하고 조세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며 맞불을 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산자위)는 4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어 일반인의 중고 LPG차 이용을 허용하는 ‘액화석유가스의 안전관리 및 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현재 LPG차는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 렌터카·택시사업자만 구입하도록 사용이 제한돼 있다. LPG차를 주로 사용하는 렌터카·택시업계는 중고차 처리에, LPG업계는 차연료용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이에 이찬열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7월 사용한 지 5년이 지난 LPG 택시·렌터카를 일반인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날 산업위 법안소위는 올해 마지막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이후 전체회의, 법사위 심사에서 대세가 뒤집히는 일은 드물다. 반대로 통과되지 못하면 회기를 넘겨 자동 폐기된다. LPG·정유 업계가 각각 처리와 저지에 사활을 건 이유다.
개정안은 표면적으로는 택시·렌터카 업계 중고차 판매에 제약을 없애는 것이 목적이다. 하지만 수면 아래 LPG 업계 숙원인 차량 사용 제한 완화란 더 큰 이슈가 잠겨 있다.
LPG 차량 등록대수가 매년 빠르게 줄면서 LPG수입사, 충전소업계는 위기다. 한국석유공사가 집계한 LPG 수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용 부탄 소비량은 전년 대비 5.7% 줄어든 378만톤이다. 지난해 LPG 차량 등록대수는 전년 대비 5만5484대 감소한 235만5000대로 4년 연속 내리막이다.
정부 LPG차 사용제한 정책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액화석유가스 안전관리 및 사업법(일명 액법) 제36조는 산업부장관명으로 LPG차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택시, 장애인·국가유공자, 하이브리드·경차·RV 등 일부 계층이나 차종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법적 근거다. LPG 업계는 이 조항이 일반인 사용권을 제한하는 동시에 LPG차에 부정적 인식을 키운다고 주장해왔다. 이진복 산자위 여당 간사, 김종훈 의원(새누리당), 김제남 의원(정의당) 등 여야 의원 다수가 개정안 처리 필요성을 언급한다.
정유 업계는 LPG연료가 가격 경쟁력을 우위로 시장을 확대하면 휘발유, 경유 내수 시장이 위축될 것을 우려한다. 애초 사용 제한을 전제로 주어진 세금 혜택으로 가격 경쟁력을 얻은 만큼 시장 개방은 공정 경쟁에도 맞지 않다는 게 방어 논리다.
업계는 LPG 중고차 판매가 허용되면 LPG 수요가 크게 증가해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고 석유제품 수급 불균형이 심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LPG는 내수 소비량이 정유사 생산량을 초과해 60%를 수입으로 채우고 있는데 수입량 증가로 무역 수지가 악화될 수 있다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열린 1차 산자위 법안소위 때 정부 강력 반대로 개정안이 계류된 것도 이 때문이다.
LPG업계 관계자는 “법안이 통과되면 연간 약 2만4000대 차량이 시장에 풀리는데 휘발유, 경유 차량을 대체한다 해도 연료 수급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며 “지난달 1차 산자위 법안소위 때 대다수 의원이 소비자 선택권 보호와 세수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기재부 논리를 들어 법안 통과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애초 특수 소비 계층을 상대로 혜택을 제공한 것을 일반인까지 확대하는 것은 시장 논리에도 맞지 않다”며 “택시, 렌터카 업계의 중고차 판매 편의를 도와주는 졸속 개정”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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