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선택약정 요금할인제도가 알려지면서 휴대폰 공기계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공기계란 이동통신사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약정도 맺지 않아 자유로운 휴대폰을 말한다. 이 같은 현상이 확산되면 이통사 자금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3일 롯데하이마트에 따르면 출고가 70만원 이상 프리미엄 휴대폰 구입자 가운데 ‘20% 선택약정’을 선택한 사람은 지난 10월 전체의 63%에 달했다. 지난해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60%를 넘어섰다.
국내 최대 오프라인 가전·이동통신기기 유통점인 이 회사에서 선택약정 선택 비중은 단통법 시행 직후 0.1%에 불과했다. 올해 초에도 1~3%에 불과했다. 제도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데다 할인율 12%로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4월 할인율이 20% 높아진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7월 30%를 돌파한 이후 8월엔 50% 벽을 깼다.
롯데하이마트는 아이폰6S, 갤럭시S6 시리즈, 갤럭시노트5, V10 등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모두 공기계로 판매하고 있다. 고객이 이 제품을 공기계로 구입한 뒤 곧바로 이통사 매장에서 선택약정으로 가입하는 구조다. 아이폰6S는 구매자 90%가 선택약정을 택했다.
국내에선 휴대폰 공기계를 사고싶어도 사기 힘든 구조다. 오랫동안 이통사를 통해 휴대폰을 개통하는 구조가 고착화됐기 때문이다. 이동통신 대리점이나 유통점에서는 선택약정을 설명하지 않아 고객이 모르는 사례도 발생한다.
선용훈 롯데하이마트 모바일상품팀장은 “선택약정은 공시지원금보다 혜택이 크고 기기를 변경해도 위약금이 없어 인기가 높다”며 “선택약정을 통해 최신 스마트폰을 구입하는 사람은 앞으로도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20% 선택약정 가입자는 10월 말 현재 290만명 규모다. 300만명 돌파 초읽기에 들어갔다. 4월 이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 선택약정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이통 3사 모두 3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줄어들 정도로 시장영향력이 컸다. 단통법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힐 정도다.
그나마 선택약정 제도를 모르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이 같은 효과를 냈다. ‘공시지원금보다 낫다’는 게 널리 알려지면 선택약정 인기는 더 높아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선택약정을 모르는 사람이 많아 향후 가입자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통사로서는 투자여력이 줄어드는 등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