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설립된 코오롱그룹. 지난 60여년간 코오롱그룹은 패션·소재·건설·유통·자동차부품·정보기술(IT)·바이오·헬스케어 등 영역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사업영역이 넓어지고 복잡해진 코오롱그룹은 내부 혁신이 필요했다. 기존 방식으로는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쉽지 않았다.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업무가 자동화돼야 했다. 경영 데이터도 경영진이 실시간으로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어야 했다. 코오롱그룹은 2012년 8월부터 2015년 3월까지 700억원을 투입해 11개 계열사 대상 프로세스혁신(PI)·전사자원관리(ERP) 사업을 진행했다.
코오롱그룹이 PI를 고민한 것은 본사업이 착수되기 5년 전인 2007년부터다. 당시 코오롱은 ERP를 월말 결산하는 수단 정도로만 사용했다. 경영환경은 급변하는 데 ERP가 기업 경영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ERP 사용으로 현업업무 부담만 커지고 데이터는 활용도 못했다. 대부분 주요 업무는 수작업으로 처리했다. 안진수 코오롱 프로세스혁신TF 상무는 “ERP를 바꿔야겠다는 것과 시스템 도입뿐 아니라 변화관리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안 상무는 사업 단위별로 소규모 PI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후 2012년 경영진이 PI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당시 그룹IT기획담당으로 PI사업을 추진한 안 상무는 “경영진의 적극적 지원으로 2012년 8월 사업을 착수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프로젝트에는 프로세스담당자 570명, 컨설턴트 100명, 개발자 340명 등 총 1010명이 투입됐다. 코오롱그룹 창사 이래 최대 규모 프로젝트다. 목표는 크게 3가지였다. 하나는 공급자 중심 일하는 방식을 고객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둘째는 실적 등 경영 수치 기반으로 미래를 예측하고 뭘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계획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셋째는 실시간 업무 처리로 내부 비효율을 제거하는 것이다. 2012년 8월 착수, 2015년 3월 완료했다.
코오롱은 11개 주요 계열사 사업별 공급망관리(SCM)와 재무관리, 성과관리, 인사관리 등 전 업무에 대한 PI를 진행했다. 7개 주요 업무영역 60개 실행과제, 9484개 기능개발, 1만2800명 PI 사용자교육 등을 수행했다.
코오롱그룹 PI·ERP 프로젝트의 가장 큰 특징은 11개 계열사를 동시 진행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계열사를 동시 진행한 것은 코오롱이 첫 사례다. 계열사를 동시에 진행한 배경에 대해 안 상무는 “주력 회사 PI·ERP 프로젝트를 하고 이를 확산하면 요구사항이 너무 복잡해진다”며 “결국 계열사 요구사항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채 시간만 오래 걸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시스템은 제조, 패션·유통, 건설 등 3개 영역으로 구축했다. 3개 시스템을 축으로 계열사별 시스템을 얹혀 나가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안 상무는 “계열사를 동시 진행하니 구축기간이 크게 단축됐다”며 “시스템 간 상호운용성이 확보돼 데이터 공유 및 활용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경영 관련 데이터를 숫자로 손쉽게 볼 수 있게 됐다.
코오롱은 PI상시혁신조직을 가동해 변화관리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원가절감 혁신활동도 추진한다. 내년에는 수요·공급 최적화를 위해 사업장별로 판매운영계획(S&OP)을 구축한다. 해외사업장 대상 PI·ERP 확산도 검토 중이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