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브데버(대표 정영훈)는 가상현실(VR) 게임 개발을 위해 올해 1월 설립된 회사다.
디브데버가 개발하는 VR게임 ‘에피’는 ‘어린왕자’와 사막여우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졌다. 동화 같은 세계를 배경으로 귀여운 여우 캐릭터가 모험을 하는 내용을 다뤘다. 에피는 ‘오큘러스 리프트’ 등과 같은 헤드마운드디스플레이(HMD)에서도 이른바 ‘멀미’를 느끼지 않고도 편안하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정영훈 디브데버 대표는 “어린왕자와 사막여우 이야기를 기반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친근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만한 콘텐츠”라며 “다른 게임이 기존 콘텐츠를 VR로 이식해 개발한다면, 처음부터 VR를 고려해 개발한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영훈 대표는 지난 2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지난해 국내 대학에서 열린 해커톤에서 ‘로스트시그널’이라는 슈팅 레이싱게임을 VR게임으로 선보이면서 창업을 결심했다. 그러나 인디게임으로써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그대로 시장에 내놓기에는 기술적 완성도가 낮고 자본 투자 등 대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생각에 게임 개발 콘셉트를 현재 모습으로 바꿨다.
게임 개발 방향이 정해지면서 직원은 현재 자신을 포함해 9명까지 늘었다. 대부분 정 대표와 동갑내기거나 후배다. 실력은 내로라하지만 평균 나이가 스무 살이 넘지 않는 회사인 셈이다. 대신 그는 인디게임 커뮤니티 등을 통해 많은 조언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비슷한 나이에 창업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로부터 개발, 경영, 투자 자문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장재혁 블랙스미스 게임즈 대표, 권영준 전 모비클 대표가 그의 멘토가 됐다.
정 대표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알려주시지만 어떤 것이 옳은 답이라고 알려주시지 않는다”며 “결정은 스스로 해야 하는 몫이라고 배웠다”고 전했다.
정영훈 디브데버 대표
정 대표에게 디브데버 창업은 처음이 아니었다. 이미 고등학교 2학년 때 만화, 애니메이션 리뷰 서비스를 개발했다가 1년 만에 폐업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그는 좌절보다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창업에 도전하게 된 계기를 얻었다. 단순히 IT를 좋아해 프로그래머를 목표로 삼았는데, CEO라는 새로운 꿈이 생겼다.
“젊으니까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이 제일 싫었어요. 9명의 인생을 책임지고 있는 거잖아요.”
정 대표의 현실적 목표는 ‘대박’이 아닌 ‘두 번째 게임을 개발할 수 있는 지속적 여력’의 확보다. 청년에게는 창업 실패도 경험이라고만 보기는 감당해야 할 경제적 부담이 적지 않다. 얼마 전 5000만원을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대출받은 정 대표는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 자신과 함께 게임 개발에 뛰어든 동갑내기, 후배 개발자를 CEO로서 이끌어야 한다는 것도 어렵다. 게임 개발부터 투자유치까지 모두 제 몫의 일이다.
정 대표는 대학진학도 포기하고 매달린 창업에 대해 ‘배수의 진’을 쳤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자신이 특별한 삶을 산다고 여겼다. “고3때 나는 세계에서 가장 재밌게 살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의 당찬 대답이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