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은 별로 신경 안 써. 원전하고 같이 산 게 몇 년인데. 그저 동네에 사람 많이 살고 같이 발전하는 게 고민이지.”
원자력발전소(원전) 소재지 주민 원전 관련 인식이 개선되고 있다.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방문한 전남 영광과 경북 월성(경주) 원전 인근은 과거와 달리 원전을 반대하는 현수막이나 피켓시위가 없었다. 오히려 여성단체가 관광버스를 타고 홍보관을 방문해 원전 견학을 하는 한가로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부터 시험성적서 위조, 원전 수명연장, 사용후핵연료 등 최근 몇 년간 뜨거운 이슈가 원전계를 휩쓸었지만 정작 이들 지역은 평온함을 되찾아가고 있다.
영광과 월성 원전 주민 최대 관심사는 유입인구 증가다. 그동안 도로와 마을 공동시설 건설에 치중했던 지원을 원자력발전본부와 함께 지속적 지역 수익사업 개발과 같은 형태로 전환해 사람들이 찾아오는 마을로 바꾸자는 목표를 내걸었다.
과거 전력산업기반기금을 재원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집행했던 기본 지원사업에 2006년부터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원자력본부가 직접 진행하는 사업자 지원사업까지 함께 추진되면서 할 일도 더 많아졌다. 주민은 각 마을단체와 협의해 요양병원, 중학교 등 주요 복지시설과 교육시설을 마련해 인구유입을 유도하고 주민 이탈을 최소화하는 데 노력을 쏟고 있다.
관광상품 개발로 여행객 발길을 늘려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매상 확대, 제품 구매 등 직접 지원을 요구하던 예전과는 확 달라진 모습이다.
한수원 원자력본부와 주민이 지역 발전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모습에서 원자력계에 입소문처럼 떠도는 “원전 주변지역 인식이 더 긍정적”이라는 변화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원전 폐기·철거와 같은 원전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았다. 건설 당시 반대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원전 관련 지원으로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경주 양남면 한 주민 역시 원전에 가까이 살수록 원전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아마 이 동네분들이 서울에 있는 사람보다 원전을 더 잘 알 것”이라며 “솔직히 불만도 있지만 주민들은 그 불만 속에서도 원전을 활용한 지역발전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영광·경주=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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