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수도 하노이에 있는 노이바이공항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30분가량을 달리면 삼성전자를 비롯해 주요 스마트폰 관련 부품회사 생산공장이 모여 있는 옌퐁공단이 나온다. 현재 삼성과 애플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에 지문인식 모듈을 공급 중인 크루셜텍 베트남 생산법인이 자리한 곳이다.

“베트남 생산법인에서 완성한 모듈은 모두 항공으로 운송합니다. 올해 초 공항과 공단을 잇는 새 길이 완공되면서 물류 운송이 아주 편해졌습니다.”
김종빈 크루셜텍 사업총괄 대표는 최근 급격한 지문인식 모듈 수요 확대로 한 달에 절반 이상을 베트남에 머물고 있다고 말했다. 지문인식 모듈 고객사인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 14개 업체 40개 모델 수요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 임원 대부분이 사실상 베트남 현장에 상주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루셜텍(각자대표 안건준·김종빈)은 지난해 300명 수준에 머물던 베트남 법인 인력을 올해 생산직 포함 2000여명으로 늘렸다. 월 1000만대 이상, 연간 1억2000만대 이상으로 지문인식모듈 생산능력(케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5000클래스를 유지하는 클린룸에는 흰색 방진복과 마스크를 쓴 베트남 여직원 수백 명이 꼼꼼한 손길로 모듈 검수 작업을 진행한다. 손가락이 닿는 모듈 표면이 3~4년이 지나도 벗겨지지 않도록 마이크로미터 단위로 코팅하는 공정과 각종 부품을 연성회로기판(FPCB) 등에 올리는 자동화 표면실장(SMT) 공정도 모두 클린룸 안에서 이뤄진다.


베트남 생산법인 생산성과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 현지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제조, 생산관리, 품질, 경영지원 네 개 부서로 구성된 조직에 한국인 주재원을 최소화하면서 현지 인력 숙련도와 전문성을 강화했다.
전문 기술 자격과 6시그마 공정관리 자격 등을 갖춘 현지인 직원 수를 지속 늘려가고 있다. 베트남에 들어온 한국 회사 중 가장 먼저 하이테크 인증을 획득해 법인세 감면, 관세·부가가치세 면제 등 현지정부로부터 세제혜택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생산이 이뤄지고 있는 라인 외에도 클린룸을 추가로 보유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연간 2억대 이상으로 생산능력 증설이 가능하다”며 “매일 하루, 한 달이 생산량 신기록을 스스로 경신해 나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3년 처음으로 일본 후지쯔 디즈니폰에 지문인식 모듈을 공급한 크루셜텍은 올 초 누적 판매량 2000만대를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 3000만대 판매고를 기록했다. 연말까지 누적 40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들어 지문인식 모듈을 내장한 스마트폰 모델이 일제히 출시되고 모바일결제, 보안, 인증 서비스 등에서 지문인식이 핵심 기능으로 부상하면서다.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상태지만 지문인식 모듈은 프리미엄급 모델에서 점차 중저가형, 보급형으로 확산되면서 수요가 늘어가는 추세다. 3분기와 4분기에 회사 설립 이래 최고실적을 기대하는 배경이다.
자체 개발한 초극소·초경량 지문인식 알고리즘 ‘뮤온’을 기반으로 하드웨어 제조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경쟁력도 갖췄다. 별도 홈키 없이 커버글라스에 지문인식 기능을 넣을 수 있는 커버글라스 일체형 BTP와 별도 적외선(IR) 카메라가 필요 없는 홍채인식 모듈 등 신제품도 사업화를 준비 중이다.
김종빈 대표는 “급격한 생산능력 증설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과거 모바일 옵티컬트랙패드(OTP) 3억대 생산 경험을 교훈삼아 고객사 다변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비 모바일 분야 지문인식과 홍채, 헬스케어, 사물인터넷(IoT) 다양한 영역에서 길을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노이(베트남)=
박정은기자 je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