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1조 들여 첫 메모리반도체 팹 건설 추진

중국이 처음으로 대규모 메모리반도체 팹을 짓는다.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타진한 중국 칭화유니그룹이 600억위안(약 10조7540억원)을 투입해 팹 건설과 메모리 생산을 위한 설계자산(IP) 확보에 나섰다.

8일 외신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 자회사 퉁팡궈신은 800억위안(14조34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한다. 증자에는 칭화유니그룹 계열사와 자오웨이궈 칭화유니그룹 회장이 만든 투자사가 참여한다. 퉁팡궈신은 600억위안은 메모리반도체 팹 건설에 사용하고 162억위안은 반도체 관련 기업을 인수합병하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은 38억위안은 칭화유니그룹이 대만 파워텍테크놀로지 지분 25%를 구매하는 데 사용한다.

퉁팡궈신(同方國芯)의 ‘궈신’은 중국어로 ‘국가 집적회로(National Microchip)’를 뜻한다.

칭화유니그룹은 중국 반도체 산업 육성을 이끄는 기업이다. 미국 마이크론 인수를 타진했으나 미국 정부가 국가 핵심기술 유출 등을 우려해 반대하자 직접 메모리 공장 설립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저장장치 기업 웨스턴디지털 지분을 이미 인수했고 웨스턴디지털이 낸드플래시 메모리 핵심 기술특허를 다수 보유한 샌디스크 지분을 인수하면서 우회적으로 낸드플래시와 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SD) 산업에 진출했다. 최근 대만 반도체 후공정 기업 파워텍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칭화유니그룹은 시스템반도체를 시작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 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이다. 지난 2013년 현지 대형 팹리스(반도체설계) 기업 스프레드트럼과 RDA 등을 인수하며 세계 팹리스 시장 상위권에 올라섰다. 중국 정부는 최대 수입품목인 반도체를 국산화하기 위해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최근 세계 반도체 기업 대상 인수전에 다수 중국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이 메모리반도체 팹을 건설하려면 칩 생산에 필요한 공정 설계자산(IP)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인수합병으로 메모리 설계 기술력을 갖췄다 해도 실제 양산에 필요한 기술과 전문가가 별도로 필요하다. 공정 기술과 전문가가 없으면 양질의 칩을 생산하기 힘들어 수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업계는 메모리 공장 건설을 시작으로 중국이 반도체 생산기술 확보에 집중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분야 선두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수준 기술력과 수율을 확보하려면 최소 5년에서 10년가량이 걸릴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하지만 품질이 낮은 칩이라도 생산을 시작하면 시장판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중국이 디스플레이 산업에 처음 진출할 때 수율과 관계없이 집중적으로 투자를 지원해 기술력을 끌어올렸고 그 결과 세계 LCD 산업 선두에 올라설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조중휘 인천대 교수는 “수율이 낮은 기업은 망하는 게 시장 논리지만 중국은 정부 뒷받침이 있어서 이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초기 손실 규모에 관계없이 세계 시장 선두로 올라설 때까지 집중적으로 지원·육성하는 특성 때문에 한국 반도체 기업에 충분히 위협적”이라고 말했다.

허염 실리콘마이터스 대표는 “중국은 워낙 시장이 커서 저급한 품질도 판매할 수 있는 시장이 존재한다”며 “품질 단계별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내수시장이 있는 것은 국내 기업이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위협”이라고 분석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