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스타트업이 각자 경쟁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협력에 나섰다.
지난주 중국 최대 창업 행사인 ‘테크 크런치 베이징 2015’가 중국 베이징에서 이틀간 열렸다. 300여개 기업, 6000명 이상이 참여한 행사로 현장에서 한국 스타트업 스튜디오씨드가 톱5에 올랐다. 스튜디오씨드는 디자이너용 프로토타입 제작 도구를 만드는 회사로 초기 투자로 100만위안(한화 약 1억8000만원)을 받게 됐다.
테크 크런치 베이징을 주최한 테크노드 강루 대표는 “한국 기업 장점은 디자인과 하드웨어 제조 역사가 긴 것”이라며 “한국은 기술 기반 창업이 많은데 아직 중국만큼 사업화가 잘 되지 않은 만큼 서로 디자인 기술력과 서비스 노하우를 교류하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미 중국은 선전을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 창업기지, 베이징 IT클러스터인 중관촌 창업가거리를 통한 청년 창업 활성화 정책, 상하이와 홍콩 증시를 통한 자본 지원 생태계가 구축됐다. 특히 인터넷 대기업과 벤처캐피털 지원으로 스타트업 투자 자금 지원이 활발하다.
강루 대표는 “중국에서는 창업 초기기업이 자금을 모으는 것이 어렵지 않다”며 “초기기업에 사업 아이템보다 중요한 것은 투자금 유치인데, 이를 통해 중국에서 고속 성장 기업이 다수 나왔다”고 분석했다.
중국 창업계에서는 10개 기업에 투자해 1개 기업만 성공해도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때문에 중국보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 기업에 관심을 보이는 VC도 있다.
하지만 중국이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공상국 발표에 따르면 2014년 한해에만 중국에서 창업에 참가한 인구가 약 291만명에 이른다. 중관촌에서만 약 3000개 스타트업이 있으며 해외에서 귀국해 창업에 뛰어든 이가 2만명에 이른다는 조사다. 치열한 경쟁이 이뤄진다.
중국 창업 생태계를 둘러본 대부분의 한국 창업가도 당장 중국 시장에 진입하기보다 철저한 시장조사와 함께 현지 기업 파트너십 중요성을 강조했다. B2C 시장에서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B2B 사업 확대, 즉 ‘B2B2C’ 전략이다.
이강민 면세점월드 부사장은 “유커를 겨냥해 전 세계 인터넷 면세점 정보를 다 모아 가격비교를 해주는 메타사이트를 개발했는데, 현재 중국 여행사, 여행잡지와 협력을 모색 중”이라며 “내달부터 중국 공항 등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마케팅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시 관련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뉴지스탁 문경록 대표도 “박람회에 참가하면서 증시에 관한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며 “국내 대표 증권사에 증시분석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맺은 성과를 기반으로 중국 내 유력 증권사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시장을 희망하는 국내 기업 간 협력과 소통 강화도 필요했다. K뷰티 기업 비투링크는 국내 중소 화장품 브랜드 사업자를 모아 중국 진출을 돕는 플랫폼을 만들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중국 VC 투자를 받았으며, 상하이 지사도 설립한다.
난립하는 정부·민간 창업보육기구 해외 채널 통합 필요성도 제기됐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중관촌에 스타트업 운영 관리 회사인 ‘이노웨이’를 만들었다. 이노웨이는 국내 창업진흥원, 디캠프 등과 협력하고 있다.
야오홍보 이노웨이 대표는 “해외 사업을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한국은 창업 채널을 하나로 통일할 필요가 있다”며 “한국 스타트업 문화도 수준 높고 중국과 한국은 서로 지리·문화·기술 배경이 비슷하기 때문에 서로 더 자주 협력하고 소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중국)=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