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주 매입, 기업 매각 등으로 삼성그룹이 증시의 이슈 메이커가 되면서 주가도 긍정적인 흐름을 타고 있다. 삼성 계열사를 포트폴리오로 둔 펀드도 그동안 부진에서 벗어나 활기를 찾고 있다.
최근 한달 성과 우수 펀드 15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8개가 삼성그룹주펀드다. 그룹 전체가 변화를 택하면서 성과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계열사 주가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다.
삼성은 최근 화학계열사를 롯데그룹에 매각하고 그룹 자원을 핵심역량에 집중한다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 정책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9일 11조30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 결정을 발표하고 1월 말까지 4조1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할 예정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도 각각 7085억원과 532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한다.
그동안 해외 투자자에게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던 주주 가치경영이 강화되면서 삼성그룹주에 대한 외국인 매수가 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중공업, 삼성SDI, 삼성정밀화학이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하는 등 계열사 실적도주가 상승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100만원대까지 갔던 주가가 최근 130만원대로 치고 올라왔다.
그룹 계열사의 실적 호전에 주주친화 정책이 빛을 발한데다 대형주 강세 영향까지 더해 주가가 올랐지만 삼성그룹주펀드는 벌써부터 환매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8·9월 삼성그룹주펀드(ETF 제외) 순유출 규모는 100억원이 되지 않았으나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세를 탄 10월에는 400억원 가까이 순유출됐다. 10월 일간 20억원 미만으로 빠져나갔던 삼성그룹주펀드의 순유출 규모는 10월 마지막 영업일에 32억원까지 늘어났다.
주가가 오르기만을 기다렸던 투자자들이 수익률이 좋아지자 바로 환매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체질개선 중인 삼성그룹 상황을 볼 때 조기 환매는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삼성그룹 사업구조 개편은 2014년 이후 꾸준히 진행되고 있으며 화학계열사 매각으로 ‘선택과 집중’이 강조되고 있다”며 “주주친화 정책은 경영 패러다임 변화로 꾸준히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주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는 상황이므로 삼성그룹주펀드의 환매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사업구조 개편과 주주친화 정책은 중장기 이슈로 대형주 강세와 함께 삼성그룹주펀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므로 서둘러 환매하는 것은 손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성민기자 s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