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30여년 원전지역 영광은 "원전 건설 때 호황 그립니다"

[이슈분석]30여년 원전지역 영광은 "원전 건설 때 호황 그립니다"

◇영광, 굴비산업 타격 없어…“건설공사 당시 호황 그리워”

전남 영광은 1986년부터 30년 가까이 원전을 곁에 두고 현재 원전 여섯 기를 품고 있다. 그동안 영광원전은 한빛으로 이름을 바꾸고, 원전 배수로 낚시터를 개방하는 등 친환경 이미지 제고에 노력을 쏟아왔다.

영광은 대표적 지역 특산물 ‘굴비’가 유명한 곳으로 ‘대게’ 특산물을 가진 영덕과 유사한 면이 많다. 영덕 일부 주민이 원전 유치에 따른 대게 수확과 상권 영향을 걱정하는 만큼 영광에서도 원전 유치 후 굴비 상권에 영향이 있었는지가 가장 궁금했다.

어쩌면 무의미한 질문일 수도 있다. 굳이 통계 수치를 찾아보지 않아도 생활하면서 원전이 있는 곳이라고 영광굴비를 먹지 않는 사람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법성포 굴비맛길에서 만난 허모씨 대답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허씨는 “영광에 살면서 원전 때문에 굴비에 문제가 있었다고 느끼거나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일부는 어종이 바뀌고 상권에도 문제가 있다고 하지만 고기가 커가는 과정에서 많이 잡힐 때도, 덜 잡힐 때도 있고 바다 변수는 수도 없이 많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법성포는 과거 척박한 땅이었다. 갯벌과 갈대만 있던 땅을 명소로 만들기 위해 자갈도 깔아보고 폐아스콘 포장도 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법성포 해안도로 주변으로 상권이 조성되면서 주말이면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명소가 됐다.

영광은 원전 민심이 그리 호의적이지 않은 곳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영광 원전 3·4호기를 우리 기술로 건설하면서 안전성 관련한 많은 반대에 부딪혔던 이미지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지역주민은 과거와 달리 많이 우호적으로 바뀌었다. 일부는 방사성폐기물처분장도 이곳에 왔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한때 활발했던 반대 운동도 안 한 지 오래다. 허씨는 반대운동도 실상 외부 단체가 들어와 주도했지 지역주민 반응은 미지근했다고 기억한다. 그는 “외부 단체의 계속된 권유에 주민들이 반대 운동에 참여하긴 했지만 나무그늘에서 쉬다 오는 정도였다”며 “외부 단체가 반대여론 조성이라는 원하는 바를 채우고 지역을 떠나면 정작 주민들에게 남는 것은 없었다”고 회상했다.

영광은 새로운 동력을 원하고 있다. 영광 원전 5·6호기 준공 이후 10년 넘게 건설공사가 없다 보니 지역경제가 조금씩 식어가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섯 달 정도 걸리는 계획예방 정비는 지금도 하지만 일시적 공사인력 유입보다는 건설공사 처럼 대규모 인력 지속적 상주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크다. 섬 지역 주민이 영광에 유입되지만 또 그만큼 기반을 다진 사람들이 다시 도회지로 나가면서 주민 수는 정체상태다. 별도 기업시설이 전무한 상황에서 그나마 원전으로 지역 일자리와 경제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지만 과거 원전 건설공사 당시 호황이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래서일까 한빛 원전에 근무 중인 지역주민 김씨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지역 지원이 마을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한다. 과거엔 지자체가 중심이 돼 도로건설 등 지역 인프라 개선 등에 원전 지원금이 사용됐지만 지금은 한수원도 직접 주민들과 함께하는 지원 사업을 벌이면서 지원 체감도를 높이고 있다.

농기계 대여사업은 대표적 주민대상 지원 사업이다. 트랙터와 같은 농기계에 부착하는 각종 부가장비 등을 대여해 지역농가 지출을 줄이는 사업이다. 농기계 부가장비는 1년에 한두 번 사용하는 게 전부지만 가격은 몇 백만원에 달한다. 한빛 원전은 영광군 농업기술센터와 협력해 농기계 부가장비 71종을 구매해 이를 지역 농민에게 대여해주고 있다. 2009년 홍농면에서 시작한 친환경 우렁이 농법은 이제 입소문이 돌아 지금은 영광군 전체가 활용하고 있다. 원전 주변 쌀을 누가 사먹겠냐던 불만도 지금은 많이 없어졌다.

영광은 주말 관광객뿐 아니라 일반 거주민 증가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처음으로 주민발전위원회를 구성해 한빛 원전과 함께 주민 이탈을 막고 유입인구를 늘리기 위해 경제협력, 장학, 환경개선, 복지 분야 등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영광(전남)=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