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유 택시에 유류보조금을 지급한지 두 달이 지났지만 신청건수가 단 한건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유 택시로 차량을 바꾼 운전자가 단 한명도 없었다는 얘기다. 최근 폭스바겐 경유차 배기가스 조작 사태와 맞물려 국내 자동차 제조사도 경유택시 출시 계획을 안잡고 있어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지게 됐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경유택시 유가보조금 신청이 지난 9월 이후 단 한건도 들어오지 않았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개정한 ‘여객자동차 유가보조금 지침’에 따라 9월부터 유로6 배출가스 기준에 부합하는 경유승용차 택시에 한해 버스·화물차 수준 유가보조금을 지급해주기로 했다. 연간 1만대, 리터당 345.54원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2년 대선후보 당시 내놓은 공약 가운데 하나다. LPG 가격 상승으로 택시업계 불만이 고조되자 연료 선택권을 넓혀 기름값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에서였다. 택시 시장에서 LPG 차량 비중은 98%에 달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경유택시 전환율은 0%다. 현대기아차·르노삼성 등 자동차 제조사가 택시 전용 경유 차량을 출시하지 않은 것도 작용했다. 출시된 일반 차량을 택시용으로 등록할 수 있지만 LPG차량 대비 높은 차량 가격과 개조 비용은 운수업사업자 부담이기 때문이다.
자동차 제조사가 앞으로 경유 택시 전용 차를 출시할지도 미지수다. 최근 환경부가 우리나라 5대 자동차 제조사에 경유 택시 출시 계획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모두 ‘계획 없음’으로 답변했다. 환경부가 경유택시 제작·인증단계에서 배출가스 보증기간(거리)을 기존 16만㎞에서 19만2000㎞로 상향하는 등 관리기준을 강화하면서 제조사 부담이 커졌고, LPG차가 이미 시장을 평정한 상태에서 경유 택시를 출시해봤자 신규 판매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전국에서 택시 등록대수가 가장 많은 서울시도 대기오염을 우려해 경유택시 도입을 꺼리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가장 많은 약 7만2000여대 택시가 등록돼 있다. 전국 택시 약 28%에 해당한다. 대구시도 같은 이유로 사업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대상은 더욱 줄었다. LPG가격 하락 추세도 한몫했다. 차량용 부탄 가격은 수입사(E1) 공급가 기준 올해초 리터당 793원에서 15% 빠진 673원까지 떨어졌다.
최근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태 파장까지 겹치면서 경유 택시 확대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까지 나오고 있다.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경유택시 전환 사례는 극히 미미할 것이란게 일반적 관측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경유 택시용 차량으로 인증 받은 사례는 한 건도 없다”면서 “차량 제조사 조차 출시 계획이 없다고 답변하는 상황으로 미뤄보면 당분간 수요가 발생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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