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O BIZ+]진화하는 공급망금융, 중소·창업기업 자금 지원…국내 첫 하나캐피탈 준비

#중소 제조기업 A사. 대규모 수출 건을 성사시켰지만 운영 자금이 부족하다. 금융권 대출로 운영자금을 마련하려 했지만 회사 규모가 작고 거래 실적이 미비해 쉽지 않다. 어려움을 겪던 A사는 한 금융사 공급망금융 서비스를 이용한다. 수출 물건을 담보로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A사에 자금을 대출해준 금융사는 수출 물품에 생산과 동시에 전자태그를 부착, 유통·판매 전 과정을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담보 물건 유통·판매 과정을 파악해 수출 후 대출금 회수로 이어진다. 공급망금융으로 중소 제조기업은 안정적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금융사는 부실 없이 대출금을 회수한다.

<공급망금융 기본 구조> 자료:한국금융연구원
<공급망금융 기본 구조> 자료:한국금융연구원

국내 금융권에 공급망금융 서비스가 본격 도입된다. 공급망금융은 물품을 생산하고 공급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운전자금을 공급자에게 보다 신속하게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영국·미국 등은 중소·창업기업 자금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공급망금융 확대 정책을 추진한다. 최근 하나캐피탈은 공급망금융 플랫폼 제공업체인 씨코포스와 계약을 체결, 국내 최초로 공급망금융 서비스를 준비한다.

◇중소·창업기업 자금운용 지원 용이

기존 공급망금융은 물품 구매자 신용에 의존한다. 신용도 높은 대기업 등에 접근할 수 없는 중소·창업기업 자금지원에는 한계가 있다. 혁신적 사업모델을 보유했지만 회사 규모·업력이 부족해 전통적 금융방식을 적용하기 어려운 중소·창업기업은 거래물품을 담보로 하는 물품담보형 공급망금융이 대안이다.

물품 동산담보 등기 설정과 동시, 금융사가 물품 공급자에게 대금을 지불하는 형태다. 만기에 수요자로부터 대금을 상환 받거나 약정일에 에스크로 계좌로 분할상환 받는 구조다. 물품을 담보로 하면 실거래를 근거로 운전자금이 집행돼 직접적인 중소·창업기업 지원과 경기 활성화가 가능하다. KT-ENS, 모뉴엘 등 매출채권에 근거한 사기 대출도 방지한다.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담보물 위치를 실시간 추적한다. 생산된 담보물에 스마트텍을 부착해 물건이 실제 전달되는지, 다시 가공해 판매하는지, 재고로 쌓여있는지 등을 대출금이 납입될 때까지 확인한다.

민기식 씨코포스 대표는 “공급망금융이 정착되면 판매자는 매출채권 유동성이 좋아지고 물건 배송 시 대금을 은행으로부터 즉각 지급 받을 수 있어 자금운영이 유연해진다”고 말했다. 구매자는 매입채무 회전기간을 길게 가져가 유동성을 확보한다.

금융사는 씨코포스가 제공하는 공급망금융 플랫폼으로 자체 모니터링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도 인터넷으로 실시간 확인이 가능하다. 그동안 금융사는 동산담보 인터넷 등기가 가능해졌음에도 담보물 추적이 어려웠다.

◇위치추적기술 진입규제 완화 필요

공급망금융 활성화를 위해 위치정보사업 부문 진입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 사물인터넷(IoT) 등을 활용한 위치추적기술이 빠르게 진화한다. IoT 기술을 물품담보에 쉽게 접목할 수 있도록 위치정보사업자 진입 규제를 줄여야한다. 담보물 위치추적이 이뤄지면 대출 회수 가능성이 높아져 감독당국은 해당 대출 부도시손실률(LGD)을 경감시켜줘야 한다.

신뢰성 높은 위치추적기술을 적절히 사용했거나 합리적 방법으로 담보권을 실행했다면 부실 발생 시 임직원이 과도하게 불이익 당하지 않는 환경도 조성한다. 수요자 담보물 불법 처분 처벌을 강화한다. 물품담보 가치평가가 적절히 이뤄지도록 동산 감정평가를 보완한다.

국내 금융권에서는 최초로 하나캐피탈이 공급망금융 서비스를 도입한다. 씨코포스 공급망금융 플랫폼을 이용한다. 하나캐피탈은 플랫폼을 활용해 혁신적 기술·제품을 보유한 신규 내구재 시장을 선점하고 계약 거래 투명성을 높인다. 리스 자산을 실시간으로 위치 추적해 도난·멸실·부정 처분을 방지한다. 공급자 바이백 옵션으로 리스계약 조기종료 시 리스자산 처분 문제를 제거한다.

씨코포스 공급망금융 플랫폼은 하나캐피탈 등 금융권과 중소 제조기업도 이용한다. 대표적 기업이 폐열회수처리장치를 공급하는 중소기업이다. 이 장비는 대당 1억5000만원으로 도입 후 6개월 만에 원금회수가 가능하다. 그러나 구매 기업을 설득시키지 못해 공급 물량이 많지 않다.

민 대표는 “공급망금융 제도를 이용하면 폐열회수처리장치를 담보로 대출을 발생해 은행으로부터 안정적으로 대금을 분할해 받을 수 있다”며 “구매기업은 초기 대규모 도입 비용이 들지 않아 부담이 적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는 공급망금융이 활발하다. 2012년 10월 영국 정부는 공급망금융 이니셔티브를, 미국 오바마 행정부는 2014년 8월 공급페이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양국은 모두 중소·창업기업이 물품대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수요자인 대기업 신용을 적극 활용하는 방식으로 공급망금융 활성화를 도모했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