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인터넷 서점인 교보문고에서 검색해도 핀테크 관련 서적은 12건, 인터넷전문은행은 5건에 불과합니다. 반면에 중국 최대 인터넷 서점 당당왕에서는 ‘핀테크(인터넷+)’ 검색 결과는 1만여건, 인터넷 금융 검색 결과는 1570건을 찾았습니다.”
홍필태 하나카드 본부장은 중국 핀테크 현황과 차이나 페이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가 진정 IT강국이냐고 되물으며 강연을 시작했다. 그만큼 우리가 핀테크와 스마트금융에서 중국에 많이 뒤처졌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핀테크 정책은 중국 뒤를 쫓아가는 상황이다.
중국은 5년 전인 2010년 초반부터 핀테크 법률을 연구해 발전 방안까지 내놨다. 그해 중국 중앙은행은 운용지침을 발표하고 2013년 250개사에 면허를 줬다. 지난해 말 P2P 인터넷 대출 기업은 1500여개에 이른다. 빅데이터 금융이나 크라우드펀딩, 가상화폐도 일반화됐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이미 시작했다.
중국은행감독원은 지난해 인터넷은행을 가인가하고 이듬해인 올해 5월 위뱅크 등 4개사에 영업권을 허가했다. 중국은 올해 전인민대회에서 리커창 총재가 ‘인터넷+(핀테크) 행동 계획’을 제정하고 모바일 인터넷,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을 국가 과제로 선포했다. IT를 중심으로 경제 발전을 이끌겠다는 각오다. 우리나라 기업과 국가경제 차원에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IT를 활용한 스마트금융이 절실한 상황이다.
홍 본부장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 외에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력한 중국 정부 정책 추진과 더불어 알리바바와 텐센트, 유니온페이 등 중국 기업이 자국을 넘어 해외시장까지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쇼핑몰 ‘타오바오’로 성장한 알리바바는 쇼핑몰 내 결제 시스템 알리페이를 머니마켓펀드(MMF) 시스템 위어바오로 확산시켰다. 현재는 금융과 다국적 투자에까지 활용 중이다. 알리페이 쇼핑몰 타오바오는 판매자와 구매자를 잇는 지불 결제 인증 수단에서 출발해 현재는 한국 면세점에서도 이용 가능한 결제 시스템이다.
알리페이 모바일 버전은 오프라인 상점에서도 다양한 부가기능과 연계하면서 지불결제 영역을 넓혔다. 오프라인 결제 방식도 바코드와 QR코드에서 초음파 방식까지 추진한다. 그와 더불어 위바오(잔액보)에 알리페이 돈을 이체하면 하루라도 높은 이자를 줘 고객 돈을 끌어모으는 중이다. 알리바바는 현재 쇼핑몰 판매자를 대상으로 소액대출 서비스까지 하고 있다.
QQ메신저와 위챗으로 10억 가입자를 모은 텐센트 역시 주목 대상이다. 텐센트는 중국 인터넷 전문은행 1호 위뱅크를 설립했다. 모바일 메신저 위챗에 지불결제와 세뱃돈(홍바오) 기능을 추가해 소셜미디어 툴로 정착됐다. 위챗에 사용되는 텐페이는 알리페이와 경쟁하는 지불 수단이 됐다. 위뱅크는 현재 소액 대출 모델을 운영 중이다.
유니온페이는 NFC와 중국 경제 위력을 발판 삼아 세계로 눈을 넓히고 있다. 작년 말 기준 유니온카드 거래액은 7400조원에 이른다. 카드소지자는 9억명으로 누적발급 건수는 46억장이다.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거래액이 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야말로 막강한 스마트 금융 강자다.
홍 본부장은 “핀테크는 벤처가 창의적 아이디어로 시작해 가입자를 넓히는 구조라기보다 정보기술(IT)기업 등 비금융기업이 고객 편의성을 무기로 금융시장에 발을 들이는 모델”이라며 “금융당국도 이를 이해하고 빠른 속도로 정책을 수립해 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
-
이경민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