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충전기 대금 1년 지연…피해는 전기차 사용자 몫

서울시가 전기자동차 민간보급 사업에서 충전기업체에 공사대금 지급을 1년가량 미루면서 충전기 보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전기차 보급 대상자에 뽑혀 차는 제때 인도 받았지만 충전기는 수개월째 받지 못해 사실상 새 전기차를 놀리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11일 서울시와 충전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서울시 전기차 민간 보급사업’에 참여한 중소업체 네 곳 모두 서울시에서 설치공사(충전기 포함)비 상당액을 아직까지 받지 못했다. 전체 보급 물량 182개 완속충전기 중 127기 설치가 완료돼 서울시가 약 8억원을 지급해야 하지만 최근까지 절반 정도만 처리됐다. 서울시가 1년이 다 가도록 외상거래를 한 셈이다.

해당 충전기업체는 대금 지연에 따른 경영상 어려움과 함께 관련 인력 배치 등 충전기 설치·보급 업무에 적극성을 잃었다. 결국 이는 소비자 피해로 확대되고 있다.

올해 서울시 보급사업에 뽑힌 강남에 사는 김모씨는 “지난 6월 서울시 전기차 사업 추첨으로 전기차를 8월에 구매한 후 차는 인도받았지만 지금까지도 충전기를 설치하지 못했다”며 “전용 충전기가 없다 보니 일반 220V 콘센트에 충전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리고 불편해 전기차 사용에 소홀해졌다”고 말했다. 서울시 사업계획에 따라 차량 인도 직후 7㎾h급 가정용 완속충전기를 사업장 혹은 가정에 설치·구축해야 하지만 충전기를 받지 못해 일반 전기코드를 이용해 최단 8시간 이상 충전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충전기업계 불만도 폭발 직전이다.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이 초기인 만큼 지자체 사업 의존도가 높지만 대금처리 지연으로 올해 보급분에 참여해봐야 돈을 언제 받을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충전기업체 관계자는 “지자체 사업에서 명확한 이유 없이 1년가량 대금 처리를 안 해주는 건 처음 겪는 일”이라며 “우리나라 전기차 시장에서 서울시 사업은 무시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계속 이어가기도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에 결제에 필요한 서류 미비로 공사 대금 처리가 지연됐다고 해명했다.

정흥순 서울시 대기관리과장은 “당초 계획과 달리 충전기 규격 등 서류 미비로 결제가 늦어졌지만 최근 (서류가) 다 보완돼 이번 주 내로 결제를 완료할 것”이라며 “지금까지 다소 부진했던 행정처리 등 업무를 개선해 내년도 1000대 보급 물량을 확보, 전기차 보급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