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천안 5세대 LCD 제조공장 L5 장비 일체를 중국 기업에 매각한다. 인수 기업은 트룰리, BOE, 차이나스타(CSOT) 가운데 하나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은 L5라인 장비 매각으로 마련한 자금으로 OLED 생산라인을 확충한다. L5 공장은 OLED 생산라인으로 전환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사업 투자 계획을 마무리했으며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구체적 투자를 확정할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를 위해 지난달 말 L5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다.
삼성디스플레이 L5 공장은 월 10만~12만장 생산규모로 그동안 모니터, 노트북, 32인치 TV 등 중소형 패널을 생산해왔다. 중국 LCD 업체들이 중소형 패널 생산량을 늘리면서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패널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줄이는 대신 단위 면적당 이익률이 높은 40인치 이상 대형 LCD로 사업전략을 재편한다. L5 라인은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OLED로 전환해 모바일 OLED 공급량을 확대할 방침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라인 증설에 나선 것은 애플과 공급계약이 급물살을 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애플과 아이폰용 OLED 공급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과 계약이 성사되면 A3 2단계 투자 후 애플 OLED 전용 라인을 마련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재팬디스플레이는 지난 5월 애플로부터 3년간 2조원을 지원받아 6세대 플렉시블 LTPS OLED 신규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현재 가동 중인 A3 OLED 라인을 증설해도 애플 물량을 다 소화하기 힘들 것”이라며 “추후 애플 전용 라인을 가동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애플이 일정 비용을 지원해 신규 OLED 라인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애플은 아이폰용 LCD를 LG디스플레이, 재팬디스플레이(JDI), 샤프에서 공급받았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애플 전용라인을 갖추면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애플 최대 디스플레이 공급업체로 부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플렉시블 OLED 공급량이LG디스플레이보다 30%가량 많은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최종 물량을 조정하는 단계지만 삼성디스플레이가 이미 애플와치에 OLED 패널을 공급하며 물꼬를 텄고 최근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에 대량 공급하며 좋은 반응을 얻은 게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국 디스플레이 경쟁사가 대형 LCD와 OLED 생산라인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데 비해 거액의 설비투자 부담 등을 이유로 투자 결정을 차일피일 미뤄왔다. 공급 과잉이 발생해 패널 가격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대형 설비 투자를 결정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다음 달 BOE가 10.5세대 LCD 라인 착공식을 열고 차이나스타(CSOT), 에버디스플레이 등 주요 기업이 대규모 OLED 투자 계획을 세우는 등 공격적 설비 증설 움직임을 가시화하면서 더는 투자 결정을 미룰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L5 장비를 모두 매각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인수 기업이 확정되지 않았다”며 “애플과 거래 여부와 내용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배옥진기자 witho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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