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풀 워크숍 2015]해외 과기 석학이 말하는 브레인풀 사업 “한인과학자 활용, 국가 발전에 기여해”

해외에 나가있는 교포 과학기술 석학을 인터뷰해 ‘해외 고급과학자 초빙사업(브레인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다. 해외 석학들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정부가 나서 교류를 지원하는 시도를 높게 평가했다. 글로벌 협력으로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후속 지원방안과 지속적 협력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삼성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UNSW) 교수와 권영직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교수가 인터뷰에 참여했다.

권영직 U.C.Irvine 교수(가운데), 임상성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 교수(오른쪽)
권영직 U.C.Irvine 교수(가운데), 임상성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 교수(오른쪽)

브레인풀의 어떤 점이 도움이 됐나

임삼성 UNSW 교수=서울대학교 초청으로 7월에

한국에 오게 됐다. 한국 과학자들과 네트워킹이 가능하고 관련 분야에 일하는 사람을 알게 된 것이 장점이다. 또 초청받은 분야의 연구를 심도있게 알게 돼서 내 연구와 시너지 효과가 생겼다. 기존에 내가 하던 연구가 있고 초청돼서 공동연구를 하다 보니, 이 두 연구가 시너지를 일으켜서 많은 연구를 하게 된 장점이 있다. 브레인풀이 초청 과학자들의 체제비를 지원하다 보니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줘서 도움이 된다.

권영직 UC어바인 교수=9월 초에 고려대 초청으로 왔다. 초빙 과학자나 초청한 기관이 공동연구를 하는데 양 측 다 소명의식을 갖고 책임감있게 연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본다.

지난해 초청된 과학자들이 급여가 낮다고 ‘돈’ 문제를 지적했다. 어떤 것 같은지

임삼성 교수=초청자가 얼마나 지원하느냐에 따라 과학자별로 받는 게 다르다. 서울대 초청이라 서울에서 사는 데 생활비가 많이 드는 부분이 ‘주거비’다. 주거비를 따로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서 주거비를 초빙 과학자 본인이 내야 한다.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

권영직 교수=과학자들이 대부분 가족과 함께 온다. 그런데 1인 정도가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있지만, 가족이 머물 수 있는 집이 없다. 결과적으로 학교에서는 집을 마련하기 어렵고, 초빙 과학자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모든 것을 감안하면 이 프로그램 만으로 경제적인 것을 해결하면서 오긴 힘들다. 그나마 우리는 교포니까 가족이나 친지가 한국에 있지만 연고가 아예 없는 외국인 과학자들은 주거비를 직접 내면서 오는 것에 망설일 수 있다.

[브레인풀 워크숍 2015]해외 과기 석학이 말하는 브레인풀 사업 “한인과학자 활용, 국가 발전에 기여해”

초빙 과학자의 주거 문제가 가장 큰 것인지

권영직 교수=가족이 나 포함 4명인데, 한국은 집 계약이 보통 2년에 큰 보증금을 요구한다. 우리는 3~12개월 정도 단기간 머무르는데, 보증금을 제때 받고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됐다. 정부가 보증을 해줘 보증금이나 2년 계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

임삼성 교수=브레인풀에 선정되면 초청자가 초빙 과학자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라고 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교수 아파트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주거 문제 해결을 강제로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다른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항은

임삼성 교수=초청자가 다양한데 과학자 입장에서는 어느 곳에 가냐에 따라서 연구 환경이 달라진다. 그것을 표준화 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면 과학자를 초청했을 때, 1인 연구실을 지원한다든가, 컴퓨터 지원 등 연구 환경 표준화를 시켜줄 필요가 있다.

[브레인풀 워크숍 2015]해외 과기 석학이 말하는 브레인풀 사업 “한인과학자 활용, 국가 발전에 기여해”

권영직 교수=브레인풀 사업은 실속있는 프로그램인 것은 맞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연구를 할 수 있어 과거 정부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보다 훨씬 월등하다. 다만 연구의 다양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점으로 포커스를 맞추는 게 좋겠다. 한국은 뜨거운 연구 주제가 있으면 어느 한 쪽으로 일관화되는 경향이 있다. 연구 기반이 마련된 분야보다는 과학적으로 상당히 중요하지만 기반이 없거나, 연구적으로 소외되거나 집중이 안 된 분야도 키워야 한다. 예를 들어 소수 연구 분야에 10%를 할당 하는 등 방법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한다.

한국에 애정을 갖고 있는 교포 과학자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임삼성 교수=우리를 인재 유출의 개념보다는 한국 출신 과학자가 해외에 나가서 연구 저변을 확장한다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연구자를 잃는다는 개념으로 보면 안 된다. 기초 과학이 발달된 나라에 가서 활약하는 한인 과학자가 있으면 한국에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 각 나라에 있는 거점 연구자를 지원해서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권영직 교수=중국은 해외에 나간 자원을 매우 잘 활용한다. UCLA 중국계 교수지인은 학교의 연구 프로그램도 하지만, 중국 교육부 같은 곳에서 1년에 10억원 펀딩을 받아서 또 다른 프로그램을 한다. 베이징대 학생을 방학 때 불러서 UCLA 실험실에 같이 연구 하고 키워내는 역할도 한다. 나가있는 한국 과학자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이다. 교수를 활용하고, 연구에 필요한 정보를 모아서 한국으로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