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 나가있는 교포 과학기술 석학을 인터뷰해 ‘해외 고급과학자 초빙사업(브레인풀)’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들어봤다. 해외 석학들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정부가 나서 교류를 지원하는 시도를 높게 평가했다. 글로벌 협력으로 기술 수준을 한 단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후속 지원방안과 지속적 협력이 가능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임삼성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대학교(UNSW) 교수와 권영직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University of California, Irvine) 교수가 인터뷰에 참여했다.
브레인풀의 어떤 점이 도움이 됐나
임삼성 UNSW 교수=서울대학교 초청으로 7월에
한국에 오게 됐다. 한국 과학자들과 네트워킹이 가능하고 관련 분야에 일하는 사람을 알게 된 것이 장점이다. 또 초청받은 분야의 연구를 심도있게 알게 돼서 내 연구와 시너지 효과가 생겼다. 기존에 내가 하던 연구가 있고 초청돼서 공동연구를 하다 보니, 이 두 연구가 시너지를 일으켜서 많은 연구를 하게 된 장점이 있다. 브레인풀이 초청 과학자들의 체제비를 지원하다 보니 연구에만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줘서 도움이 된다.
권영직 UC어바인 교수=9월 초에 고려대 초청으로 왔다. 초빙 과학자나 초청한 기관이 공동연구를 하는데 양 측 다 소명의식을 갖고 책임감있게 연구할 수 있도록 만드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본다.
지난해 초청된 과학자들이 급여가 낮다고 ‘돈’ 문제를 지적했다. 어떤 것 같은지
임삼성 교수=초청자가 얼마나 지원하느냐에 따라 과학자별로 받는 게 다르다. 서울대 초청이라 서울에서 사는 데 생활비가 많이 드는 부분이 ‘주거비’다. 주거비를 따로 지원하는 것은 아니라서 주거비를 초빙 과학자 본인이 내야 한다. 부담이 되는 측면이 있다.
권영직 교수=과학자들이 대부분 가족과 함께 온다. 그런데 1인 정도가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는 있지만, 가족이 머물 수 있는 집이 없다. 결과적으로 학교에서는 집을 마련하기 어렵고, 초빙 과학자 스스로가 해결해야 한다. 모든 것을 감안하면 이 프로그램 만으로 경제적인 것을 해결하면서 오긴 힘들다. 그나마 우리는 교포니까 가족이나 친지가 한국에 있지만 연고가 아예 없는 외국인 과학자들은 주거비를 직접 내면서 오는 것에 망설일 수 있다.
초빙 과학자의 주거 문제가 가장 큰 것인지
권영직 교수=가족이 나 포함 4명인데, 한국은 집 계약이 보통 2년에 큰 보증금을 요구한다. 우리는 3~12개월 정도 단기간 머무르는데, 보증금을 제때 받고 돌아갈 수 있을까 걱정됐다. 정부가 보증을 해줘 보증금이나 2년 계약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
임삼성 교수=브레인풀에 선정되면 초청자가 초빙 과학자의 주거문제를 해결하라고 돼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교수 아파트가 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주거 문제 해결을 강제로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또 다른 보완이 필요하다고 보는 사항은
임삼성 교수=초청자가 다양한데 과학자 입장에서는 어느 곳에 가냐에 따라서 연구 환경이 달라진다. 그것을 표준화 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예를 들면 과학자를 초청했을 때, 1인 연구실을 지원한다든가, 컴퓨터 지원 등 연구 환경 표준화를 시켜줄 필요가 있다.
권영직 교수=브레인풀 사업은 실속있는 프로그램인 것은 맞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연구를 할 수 있어 과거 정부에서 진행했던 프로그램보다 훨씬 월등하다. 다만 연구의 다양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점으로 포커스를 맞추는 게 좋겠다. 한국은 뜨거운 연구 주제가 있으면 어느 한 쪽으로 일관화되는 경향이 있다. 연구 기반이 마련된 분야보다는 과학적으로 상당히 중요하지만 기반이 없거나, 연구적으로 소외되거나 집중이 안 된 분야도 키워야 한다. 예를 들어 소수 연구 분야에 10%를 할당 하는 등 방법을 만드는 것은 어떨까 한다.
한국에 애정을 갖고 있는 교포 과학자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임삼성 교수=우리를 인재 유출의 개념보다는 한국 출신 과학자가 해외에 나가서 연구 저변을 확장한다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연구자를 잃는다는 개념으로 보면 안 된다. 기초 과학이 발달된 나라에 가서 활약하는 한인 과학자가 있으면 한국에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 각 나라에 있는 거점 연구자를 지원해서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권영직 교수=중국은 해외에 나간 자원을 매우 잘 활용한다. UCLA 중국계 교수지인은 학교의 연구 프로그램도 하지만, 중국 교육부 같은 곳에서 1년에 10억원 펀딩을 받아서 또 다른 프로그램을 한다. 베이징대 학생을 방학 때 불러서 UCLA 실험실에 같이 연구 하고 키워내는 역할도 한다. 나가있는 한국 과학자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이다. 교수를 활용하고, 연구에 필요한 정보를 모아서 한국으로 가져올 수도 있는 것이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