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유연탄) 등 고체연료 사용 제한을 풀어달라는 산업계 요구가 이어지면서 울산광역시가 규제완화 차원에서 타당성 검토에 들어갔다. 울산은 정유·석유화학 산업단지 밀집 지역으로 입주 기업은 가격이 싼 고체 연료 사용이 허용된 타 지역기업과 형평성을 들어 사용 허용을 요청해 왔다. 울산시 선택에 따라 수천억원에 달하는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는 산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웠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울산광역시는 내년 울산 지역 내 고체연료 사용 허가 여부를 놓고 정책적 고민에 빠졌다.
울산시 관계자는 “정유·화학업계를 중심으로 고체 연료 사용을 허용해 달라는 요구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며 “환경 유해성 관련 용역을 발주하고 전문가, 시민단체, 지역주민 의견도 수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시가 고체 연료 사용 관련 검토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울산시는 2013년 기준 입주 사업체가 7만7035개나 되는 대표 산업 도시다. 대표적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정유·석유화학단지가 밀집돼 있다. 시는 이런 특성 때문에 지난 1990년 대기환경보전법을 개정해 고체연료 사용을 제한했다. 이때부터 입주 기업은 석탄 대신 가격이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중질유(벙커C) 등을 사용해 왔다. 그러다 2009년 정부 규제 완화 조치로 수도권과 일부 광역지자체가 고체연료 사용을 허용하자 울산 산업계는 형평성 문제를 들어 고체 연료를 허용해 줄 것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울산상공회의소는 이 같은 기업 입장을 담은 건의문을 시에 전달했고 이후 울산시 내부 기류가 많이 개선된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 산업계는 고체 연료 전환으로 연간 에너지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일부 정유기업은 발전 연료를 LNG에서 벙커C로 전환했다. 동일 열량 기준 배럴당 벙커C가 LNG보다 30달러 이상 싸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체 연료 사용이 허용된 지역 사업장은 대다수 유연탄, 코크스 등을 사용하고 있다. 고체 연료 가격이 월등히 낮기 때문이다. 동일 열량 기준 유연탄 가격은 LNG 대비 50% 이상 싸다. 정유사 가운데 유일하게 고체 연료를 사용하는 현대오일뱅크는 LNG 등 고가 대체연료 대비 연간 900억원가량 비용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시가 규정을 바꾸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등 정유·석유화학기업도 현대오일뱅크처럼 고체 연료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정제 용량을 감안하면 연료전환에 따른 양사 비용 절감 효과는 연간 2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는 추산했다.
관건은 고체 연료를 허용했을 때 대기오염 정도다. 산업계는 집진·탈황·탈질 설비 기능을 높이거나 설비 확충으로 충분히 기술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체는 대대적 대기오염물질 방지 설비 투자를 전제로 지자체에 고체 연료 사용을 허가해 줄 것을 요구했다”며 “울산시도 환경성과 더불어 입주 산업체 경쟁력 강화를 고려해 검토에 나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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