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산보다 성능이 뛰어난 이산화탄소 포집기술이 국내 중소기업에 이전됐다. 탄소배출권 거래는 있었어도 바이오가스 기술에 탄소 배출권까지 적용해 기술료 계약 체결이 이뤄지기는 세계 최초다.
새로운 화학공정 라이선스 확보 차원에서도 이 계약은 의미가 있다. 대형 엔지니어링 업체는 수지 맞추기가 어렵거나 실리추구에 따른 개발 투자가 부족한 형편이었다. 반면에 중소형 엔지니어링 업체는 기술력이 부족하다. 일반 연구기관은 엔지니어링과 연계되지 않은 실험실 연구수준이다. 이 때문에 그동안 새로운 화학공정 확보가 어려웠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이기우)은 윤여일 그린에너지공정연구실 책임연구원 연구팀이 세계 최고 수준 이산화탄소(CO2) 포집 공정 기술(KIERSOL)과 공정 설계 기술을 기반(대표 김미서)에 기술이전 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진은 제철소, 시멘트 사업장 등 고농도 이산화탄소 발생 산업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된 기술을 스핀-오프 개념으로 바이오가스 발전을 위한 이산화탄소 포집에 적용했다.
이 포집 기술은 혼합 기체가 굴뚝을 빠져나가기 전 액체 흡수제를 통과시켜 CO2만을 선택적으로 흡수한다. 액체 흡수제는 다시 열을 가해 재생하고 분리한 CO2는 지하에 저장한다.
‘키어졸’ 공정상 흡수제를 재생하기 위해 드는 에너지 소비는 일본이 가진 현존 세계 최고 기술(MHI의 KS-1 공정) 대비 20% 이상 적다. 또 메탄 유실률이 전혀 없다.
바이오가스 정제 시설에 이 포집기술을 도입하면 고순도 메탄, 비료, 작물 증산용 이산화탄소 공급, 탄소배출권 확보가 가능하다.
이 기술은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지난 5년간 출연금 주요사업으로 추진한 결과물이다. 2011년부터 현재까지 총 53억5000만원이 투입됐다. 10㎿급 이하 중소 규모 상용 이산화탄소 배출 시설에 적용할 수 있다.
연구진은 이산화탄소 포집 소재 개발에 그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기본설계·상세설계· 엔지니어링 데이터 및 장비 리스트 등 제반 공정 설계 패키지 기술까지 모두 구축했다.
기업이 필요한 기술 전부를 원스톱 제공한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출연연 기술은 외부 기관에 설계를 위탁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기술실시계약금은 1억5000만원을 받았다. 경상기술료는 매전 또는 탄소배출권 매출액의 3%를 받기로 했다.
윤여일 책임연구원은 “국산 공정 설계 패키지가 없어 외국 업체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오던 국내 업체도 외산보다 뛰어난 국산 이산화탄소 포집 공정 기술로 설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오는 2020년까지 CO2 포집 설비를 5기만 건설해도 100억원 수입대체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통상 해외에서 화학공정 라이선스를 구매하면 로열티로 20억원 안팎이 소요된다.
세계적으로 이산화탄소 포집 공정 및 저장 플랜트는 2030년 850기, 2050년 3400기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도 CCS기술이 파급되면 2020년까지 연간 300만톤 정도 이산화탄소를 감축시키는 3조 원대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창출은 1만3000명이 이뤄질 것으로 에너지연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이산화탄소 산업적 활용전략 보고서를 인용해 분석했다.
윤여일 책임은 “이번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바이오가스를 국내 신재생에너지의 한 축으로 발돋움시켜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한국을 바이오 메탄 산유국의 지위까지 격상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기우 에너지연 원장은 “오는 2020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할 핵심 기술”이라며 “국내외 바이오 가스 관련 시설 전체에 이산화탄소 포집 공정 기술 보급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
▲이산화탄소 포집 공정기술(CCS)=Carbon dioxide Capture and Storage의 약자. 대표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가 대량으로 발생하는 발전소, 제철소 등에서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흡수·저장하는 기술이다. 저장한 이산화탄소는 주변 시설 농가에 보급해 작물 성장원으로 활용하거나 용접, 탄산음료, 냉매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