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의지가 후퇴했다.” “할 일은 다 했다.” “색깔이 없다.” “드러나지 않는 게 효과적.”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에 대한 시장의 엇갈린 평가다. 공정위 내부 평가도 다르지 않다. 지난 1년 동안 보여준 활동은 대체로 무난했다는 공감대 속에서 호불호가 갈렸다. 기대와 실망이 교차했던 올해를 발판삼아 내년 ‘경제 검찰’ 수장으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관심사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이 다음 달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정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8일 박근혜 정부 두 번째 공정위원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지난 1년 동안 활동을 두고 다양한 평가가 나온다. 취임 때부터 제기된 ‘경제민주화 의지 후퇴’를 두고 지적이 가장 많다. 현 정부는 출범 초기 경제민주화를 강조했지만 경기 둔화가 지속되자 경제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국정 운영방향 전환 시기에 취임한 정 위원장은 ‘경제민주화’라는 단어 사용에 인색했고 올해 업무계획에서도 경제민주화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정 위원장은 “비판을 피하려면 경제민주화라는 모자를 씌우는 게 편하지만 실효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할 일은 다 했다”는 평가도 많다. LG화학, 기아자동차, TV 홈쇼핑, 대형 유통업체 등 대기업 대상 제재가 적지 않았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 제재와 일감 몰아주기 감시도 강화했다. 다만 중간 금융지주회사제도 도입 추진 등은 대기업 특혜를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여전하다.
공정위 활동에 “색깔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불공정 하도급 거래 제재 외에는 집중 추진 정책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활발한 대외 활동과 강도 높은 제재로 공정거래 시장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공정위 관계자는 “문제만 일으키지 않는 차원에서 업무를 수행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며 “특별한 정책 방향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드러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불공정 행위를 막고 사후 제재보다 사전 예방에 역량을 집중하는 게 정 위원장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반대 해석도 가능하다.
‘업종별 간담회’가 대표적 사례다. 정 위원장은 지난 1년 동안 건설·유통·건설·홈쇼핑·자동차 등 업종별 대표와 총 10차례 만났다. 기업 애로를 듣고 공정위 정책을 설명하는 차원을 벗어나 기업 자진 시정방안을 이끌어냈다.
다른 공정위 관계자는 “정 위원장이 오랫동안 공정위에서 근무한 만큼 지금 형태가 가장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렸을 것”이라며 “공정위처럼 제재가 주요 업무인 부처는 활발한 대외 활동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고 말했다.
공정위 내년 최대 과제는 신뢰 회복이다.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소송한 기업이 과징금을 감경 받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내놓은 사건처리 절차 자체 개혁방안 ‘사건처리 3.0’이 효과를 발휘할 지 주목된다. 이 밖에 공정위 위상 강화, 만성적 인력 부족 문제 해결 등이 시급한 해결 과제로 꼽힌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유선일기자 ys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