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CC 2016 채택 논문 보니… 메모리 분야 한국이 압도

세계적 반도체 회로 설계 분야 학회인 2016 국제반도체회로학술회의(ISSCC)가 내년 1월 31일부터 5일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된다. 인텔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적 반도체 업체는 이 학회에서 신규 중앙처리장치(CPU)와 메모리 등 향후 출시될 신제품의 면면을 논문을 통해 공개해왔다. 이 학회에 제출, 채택된 논문을 살펴보면 전체 반도체 소자 산업계의 연구개발(R&D) 움직임과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ISSCC 논문 채택 숫자가 국가, 업체, 학교 반도체 기술 수준을 평가할 수 있다.

17일 ISSCC에 따르면 이번 학회에 아날로그, 데이터 컨버터, 디지털 아키텍처&시스템, 디지털 서킷, IMMD(Imagers, MEMS, Medical and Display), 무선주파수(RF), 무선, 유선, 메모리 분야에서 전 세계에 596편 논문이 제출됐다. 그 가운데 최종 심사를 거쳐 200편이 채택됐다. 국가별 채택 논문 건수는 미국(82편), 일본(24편), 한국(22편), 벨기에(12편), 대만(11편) 순이며 중국 본토 대학에서 제출한 논문 2편도 채택됐다. 업체(기관·학교)별 채택 건수는 벨기에 반도체 연구기관인 IMEC가 10편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전자가 9편(미국지사 1편 포함), 미국 인텔과 미시간대가 각각 8편으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한국 KAIST는 7편 논문이 채택돼 5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메모리 분야에서 단연 앞섰다. 총 14편 채택 논문 가운데 7편이 한국에서 작성된 것이다. D램 분야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만이 논문을 발표해 한국이 관련 분야 선두 주자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번 ISSCC에선 삼성전자의 세계 최초 10나노 핀펫(FinFET) 공정 128메가비트(Mb) S램과 14나노 128기가비트(Gb) 멀티레벨셀(MLC) 평면형 낸드플래시 개발 성과가 논문으로 공개된다. 마이크론은 업계 최대 용량인 768Gb를 달성한 3D 낸드플래시 개발 성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D램 분야에선 삼성전자가 초당 90억회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그래픽 D램 GDDR5를 공개한다. SK하이닉스는 와이드 입출력(IO) 기술을 적용해 세계 최대 속도인 초당 68.2기가바이트(GB)를 전송할 수 있는 모바일 D램 개발 과정을 논문으로 내놨다. 최근 고성능 시스템 반도체와 결합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 대한 논문도 공개된다. 삼성전자는 20나노 공정을 적용해 초당 307GB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20나노 공정 HBM을, SK하이닉스는 초당 256GB 전송이 가능한 64Gb HBM 개발 성과를 논문으로 공개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신규로 개발한 HBM은 각각 이전 세대 제품보다 각각 2.4배, 2배 속도가 향상된 것이다.

이외에도 인텔이 6세대 코어 프로세서 스카이레이크의 아키텍처 세부 사양을, 미디어텍이 데카코어(10코어) AP의 설계 과정을, KAIST는 딥러닝을 이용한 UI·UX 프로세서를 소개할 예정이다. 채택 논문 중에는 ‘유기광센서를 집적한 생체 신호 측정 스티커’와 ‘자율 주행로봇을 위한 초저전력 인공지능 프로세서’가 주목을 받았다. 스티커는 산소포화도와 심전도, 근전도 등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고 인공지능 프로세서는 초당 4만번 이상 경우의 수를 탐색해 스스로 최적 경로를 찾아갈 수 있도록 설계됐다.

ISSCC 기술 프로그램 전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회준 KAIST 교수는 “한국은 메모리 분야에선 타국보다 월등히 앞서있지만 나머지 모든 분야에선 논문 제출과 채택이 열세를 보이고 있다”며 “메모리를 제외한 반도체 설계 분야 R&D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수는 “최근 반도체 산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중국 본토의 논문 제출수가 급증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아직 채택 건수가 많은 것은 아니지만 과거와 비교해 논문의 양과 질이 높아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