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 주말 짱]100년 전 서울 상류층 생활상 담긴 `백인제 가옥`

북촌·서촌 인기와 함께 한옥이 주목받고 있다. 윤보선 전 대통령이 살았던 ‘윤보선 가옥’과 함께 북촌을 대표하는 근대 한옥이자 일제강점기 서울 최상류층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백인제 가옥’이 지난 18일 시민에게 개방됐다.

백인제 가옥 <사진=서울역사박물관>
백인제 가옥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역사박물관은 백인제 가옥 개방을 위해 지난 4월부터 원형 복원을 시작, 건축 당시 서울 상류층 생활상을 연출·전시한 ‘역사가옥박물관’으로 조성했다. ‘건물’에 중점을 둔 앞선 두 차례 시범개방과 달리 가옥 내부에 당시 시대상과 생활상을 전시했다. 윤보선 가옥이 현재 가주 중인 사택인 것과 달리 백인제 가옥은 일반 시민에게 상시 개방된다.

백인제 가옥 사랑채 내부 <사진=서울역사박물관>
백인제 가옥 사랑채 내부 <사진=서울역사박물관>

바깥주인(사랑방), 안주인(안방), 할머니, 아들내외(건넌방) 등 가옥에 거주했던 가족 구성원에 따라 각 방별로 전시 콘셉트를 달리했다. 의걸이장, 이층장 등 전통 목가구와 병풍 등 소품 150여건은 연출·전시돼 현장감을 높였다.

조선시대 전통 목가구는 물론이고 당시 유행했던 수입 중국가구와 축음기 등 서양 문물을 함께 전시했다. 소품류는 한옥에 필수적인 병풍, 보료, 발, 방장 등을 설치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사계절 시간성을 반영했다.

마지막 거주자인 백인제 박사와 관련된 사진자료와 의학자료, 골동품 수집 취미 등을 반영한 전시품 30여점도 마련했다. 박사가 운영했던 출판사 ‘수선사’ 간행물도 꾸렸다.

백인제 가옥 안채 조망 모습 <사진=서울역사박물관>
백인제 가옥 안채 조망 모습 <사진=서울역사박물관>

백인제 가옥은 1913년 당시 한성은행 전무였던 한상룡이 북촌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2460㎡ 대지 위에 전통방식과 일본양식을 접목해 지은 근대 한옥이다. 부근 한옥 12채를 합친 널따란 대지에 당시 새로운 목재로 소개됐던 압록강 흑송을 재료로 지어 규모는 물론이고 건물 그 자체로도 당시 최고급 가옥이다.

백인제 가옥 별당채 <사진=서울역사박물관>
백인제 가옥 별당채 <사진=서울역사박물관>

가옥에 들어서면 사랑채를 중심으로 넉넉한 안채와 넓은 정원, 아담한 별당채가 펼쳐진다. 특이한 건 안채와 사랑채가 확연히 구분되는 전통한옥과 달리 백인제 가옥에는 이 둘을 연결하는 복도가 있고 전통 한옥에서 볼 수 없는 2층 공간도 있다는 점이다. 본채 전체 전면에 유리 창호를 사용해 보온 등을 고려한 근대 한옥 특징도 갖췄다.

안채 대청과 툇마루는 모두 전통 우물마루로 구성된 데 반해 사랑채는 툇마루와 복도는 물론이고 사랑대청까지 일본식 장마루를 적용했다. 한상룡이 일본 고위 인사를 위한 연회를 염두에 두고 이 건물을 지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백인제 가옥 대문간채 <사진=서울역사박물관>
백인제 가옥 대문간채 <사진=서울역사박물관>

실제 이 건물에서는 역대 조선총독부 총독을 비롯한 당시 권력가는 물론이고 미국 석유왕 록펠러 2세도 연회를 즐긴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상 어려움으로 한상룡의 손을 떠난 이 가옥은 1935년 개성 출신 민족 언론인 최선익 손에 넘어갔고 1944년에는 당시 외과 명의이자 백병원 창립자인 백인제 박사 소유가 됐다. 1968년부터는 백인제 박사 부인 최경진 여사가 원형을 거의 보존하며 이 집에 살아오다가 지난 2009년 서울시가 최 여사로부터 가옥을 매입했다. 현 명칭은 마지막 소유주인 백인제 박사에서 유래했으며 역사적 보존가치가 인정돼 1977년 서울특별시 민속문화재 제22호로 지정됐다.

백인제 가옥 안채대청 <사진=서울역사박물관>
백인제 가옥 안채대청 <사진=서울역사박물관>

백인제 가옥 역사가옥박물관 관람료는 무료이며 관람 시간은 평일·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과 내년 1월 1일은 휴관이다.

관람 방법은 예약이 필요 없는 자유관람과 사전 예약이 필요한 가이드투어로 나뉜다. 가이드투어는 하루 네 번 50분이 소요된다. 예약은 서울시 공공예약시스템(yeyak.seoul.go.kr)에서 할 수 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