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오는 30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1)에 앞서 회의 대응전략으로 ‘실리 지향’과 ‘교량자 역할’을 선택했다.
환경부와 외교부는 19일 ‘한국의 역할과 신(新)기후체제 협상 주요 내용’을 내놓고 기후변화체제가 선·개도국 구분 없이 모든 국가가 자국 역량과 여건을 고려해 기후행동을 취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또 중견국 입장에서 선진국과 개도국 어느 쪽으로도 쏠리지 않고 양측 신뢰를 조성하는 교량자 역할을 하기로 했다.
우리 정부는 기술과 혁신을 바탕으로 저탄소 기후탄력적 경제로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기후탄력적 경제를 추구한다는 것은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혁명 이전 2℃ 이하로 낮추기 위한 온실가스감축 노력을 하면서도 불가피하게 늘어나는 온실가스 배출에 따른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경제여건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번 총회 핵심 의제인 각국 자발적감축공약(INDC) 법적·정치적 구속성 여부에 대해선 유연한 입장을 견지할 방침이다. 이번 파리총회 결과물이 법적 구속성을 갖는 것에는 찬성하지만 각 국이 INDC에서 제시한 목표달성 여부에도 법적 구속성을 부여하는 것은 유보하자는 입장이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 INDC에 야심찬 목표를 제시하라고 해놓고 그 목표달성 여부까지 구속력을 다는 것은 각국이 소극적으로 목표를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곧 각국 역량과 여건을 고려해 기후행동을 취할 수 있는 체제 수립 방향과 일맥상통한다.
정부가 이처럼 파리총회에 대해 실리 위주 자세를 잡은 것은 우리나라 경제·산업 여건을 감안한 선택이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 위치로 감축 활동을 무작정 외면할 수 없지만 INDC 목표에 대해 이행 당사자인 산업계가 “달성하기 벅차다”며 국제 협상과 세부 정책 수립과정에서 산업계 부담을 최소화하는 이행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한 점이 고려됐다.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늘수록 우리나라 산업·수출 경쟁력에 타격이 올수 있고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전기·가스 등 에너지요금에 그대로 전가해 요금을 대폭 인상한다면 거센 국민 반발과 국가경제에 커다란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 국제사회에 보여줄 온실가스 감축 의지도 중요하지만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데 더 무게가 실렸다.
외교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국가가 신기후변화체제 수립과 법적 구속력 부여에는 찬성하지만 INDC 목표 이행은 구속력 없이 각국 역량에 맞춰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선에서 결정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주 벌어진 파리 테러로 이번 파리 기후변화총회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오바마 미국 대통령 등 주요국 정상은 예정대로 총회에 참석해 신기후변화체제 수립에 힘을 실을 것으로 알려졌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