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글로벌 메모리업계, 서버용 NVDIMM 둘러싼 기술 확보 경쟁 치열

비휘발성메모리모듈(NVDIMM:Non Volatile Dual In-line Memory Module) 기술이 엔터프라이즈 서버 시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샌디스크 같은 전통적 메모리 업체와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인텔까지 이 시장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NVDIMM은 D램이 얹히는 DIMM 모듈에 낸드플래시나 P램 같은 비휘발성 메모리를 결합한 일종의 하이브리드 메모리 모듈이다. 초고용량 축전지인 슈퍼 커패시터(Super Capacitor)가 모듈 내에 장착된다. D램은 전원을 끄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휘발성 메모리지만 데이터를 영구 저장할 수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가 함께 붙으면 예상치 못한 전원 손실이 발생했을 때 작업 중이던 임시 데이터를 안전하게 저장, 복구할 수 있다. 백업 기능이 포함된 D램 모듈인 것이다. 스토리지 역할도 할 수 있다. 중앙처리장치(CPU)와 직접 통신하는 DIMM 규격인데다 D램이 캐시 메모리 역할을 해주기 때문에 서버 업체들은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것이 가능하다.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도 조만간 NVDIMM을 표준 기술로 제정할 예정이다. △백업용도의 NVDIMM-N △스토리지 용도의 NVDIMM-F △두 가지 용도를 모두 포함하는 NVDIMM-P 규격이 표준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NVDIMM-P 규격은 D램보다 많은 용량의 플래시메모리가 얹힌다.

주요 메모리 업체들은 NVDIMM 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DDR4 D램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 용량인 16기가바이트(GB) NVDIMM 모듈을 개발했다. 이에 앞서 마이크론은 미국 메모리 기술 업체인 아기가(AgigA)와 협력해 NVDIMM 시장에 대응한다고 밝혔다. 스토리지 전문인 샌디스크도 작년 초 자회사 스마트스토리지시스템즈와 함께 400기가바이트(GB)의 NVDIMM 울트라DIMM을 선보였다. 샌디스크 울트라DIMM은 D램 없이 낸드플래시만 탑재한 제품으로 스토리지 용도의 NVDIMM 제품이다.

인텔도 나서고 있다. 인텔은 최근 마이크론과 상변화메모리(P램:Phase Change RAM)의 일종인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를 개발했다. 지난 8월 미국에서 열린 인텔개발자포럼(IDF)에서 인텔은 3D 크로스포인트 메모리를 DDR4 D램과 DIMM 모듈로 구성해 서버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한화 약 6조2000억원을 투입해 중국 다롄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메모리 생산 공장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1985년 D램 시장에서 철수했지만 30년만에 NVDIMM을 무기로 메모리 시장에 재진출하는 것이다. 인텔의 시장 참여에 기존 메모리 업체들은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 회사는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에서 독점적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서버 CPU와 NVDIMM을 묶음 상품으로 판매할 경우 경쟁사들의 타격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이 19일 미국 NVDIMM 전문업체인 넷리스트에 약 270억원을 투자한 이유도 인텔을 견제하기 위함이다. 넷리스트는 NVDIMM 핵심 원천 특허 12건을 출원했거나 출원 중이며 HP, 델, IBM, 슈퍼마이크로, 넷앱, 님블스토리지 등 글로벌 고객사도 다수 확보하고 있다. D램 데이터를 비휘발성 메모리로 옮기는 컨트롤러 기술이 이 회사의 핵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은 향후 5년간 넷리스트와 제품 공동 개발, 특허를 공유키로 했다. 하이브리드 방식인 NVDIMM-P 규격 표준화와 개발을 우선 진행할 방침이다.

이정배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팀장은 “기존 메모리를 활용해 가격 경쟁력과 성능을 극대화한 새로운 하이브리드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넷리스트와 손을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홍춘기 넷리스트 대표도 “삼성전자와 넷리스트의 특허를 결합해 새로운 NVDIMM-P 메모리 표준화 작업을 선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주엽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