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를가다]<13>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

GS그룹과 전라남도가 지난 6월 출범시킨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이하 전남창조센터)는 1차산업 기반 벤처·창업기업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대표 산업도시인 여수를 품고 있지만 정유·석유화학 중심 구조에서 중소·벤처 기업과 접점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대신 지역의 우수한 1차산업 경쟁력에 주목했다. 1차산업 비중이 전국 평균에 비해 네 배 이상으로 높은 특성을 감안하면 오히려 다양한 신사업 모델과 창업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관건은 영세 지역기업 가운데 옥석을 가려내는 일. 전남센터가 찾아가는 서비스로 직접 기업 발굴에 나서면서 예비 스타 기업의 꿈도 영글고 있다.

◇GS 유통망 타고 매출 훨훨

고구마를 가공해 스낵을 제조하는 해남 소재 식품가공업체는 요즘 신바람을 내고 있다. 지난 5월 말 GS리테일의 GS25 편의점에 제품이 입점된 후 10월까지 총 1억8000만원 매출을 올렸다. 이전까지 월 매출고는 수백만원대에 불과했지만 GS25 입점 후 상황이 바뀌었다. 현재 전남창조센터가 발굴해 GS25에 입점한 제품은 녹차, 어포 등 모두 7개로 10월 말 기준 누적 매출은 4억9200만원에 달한다. GS홈쇼핑을 통한 제품 판매에 나선 업체도 대박이 났다. 강진 여주, 무안 양파 등 7개 지역 특산가공 제품 매출은 10월 말 기준 3억9000만원을 넘어섰다. 여기에는 GS홈쇼핑이 중국, 인도, 말레이시아 채널을 통해 판매에 나선 2개사 2개 제품도 포함돼 있다. 현지 선호도가 높은 제품을 발굴해 언제든지 해외 판로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달 3개 제품이 추가로 등록되면 앞으로 매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가운데는 전남창조센터가 직접 관광상품으로 기획한 ‘여수 개도 어촌체험 1박2일’ 상품도 있다. 여수 개도 어촌체험 1박2일 상품은 어촌인 여수 개도에서 가두리낚시, 전복양식장, 통발 체험, 섬 비렁길 등 다양한 체험으로 꾸며졌다. 전남지역 5개 우수 관광상품을 발굴해 GS홈쇼핑과 함께 상품기획화 과정을 거쳤다.

‘개도 어촌체험’ 출시에 이어 ‘대숲 참하루(담양 다화림 식물원)’ ‘여수밤바다와 섬 체험 이야기’ ‘농원관광체험(보성싱싱농원)’ 상품도 곧 출시한다. 1차산업 특성상 판로 지원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그룹 유통망을 제공했고 이는 바로 지역기업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전남센터는 연간 네 차례 품평회를 열어 업체 발굴에 나설 계획이다. 단순히 유통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 디자인, 마케팅 컨설팅까지 제공해 기본적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초점을 맞췄다.

지난 5월에 이어 지난달 ‘전남K-푸드(FOOD), K-투어(TOUR) 상품 발굴 및 육성’을 위해 농수산 식품 및 관광상품 품평회를 열었는데 도내 우수 농수산식품 120여 품목, 관광상품 7건이 출품됐다. 품평회에선 GS 전문 머천다이저(MD) 15명이 상품화와 마케팅, 판매 전략을 자문했다. 전남창조센터와 농식품벤처창업특화센터 전문가 6명이 참여한 법무, 특허, 금융 등 원스톱상담이 이뤄졌다.

이광태 GS리테일 차장은 “전남 지역 사업자 등록기업은 1만여곳이지만 종업원 9인 이하 업체가 90%에 달할 정도로 소규모, 영세업체가 많다”며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판로를 확보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품질이 우수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을 발굴해 상품기획, 디자인, 마케팅, 판로지원 등 원스톱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은 기업 관계자나 예비창업자들이 창업,기술,마케팅 지원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전남창조경제혁신센터를 찾은 기업 관계자나 예비창업자들이 창업,기술,마케팅 지원 관련 상담을 받고 있다.

◇예비 스타 벤처는 누구?

전남창조센터는 두 차례 심사를 거쳐 아홉개 벤처를 입주시켰다. 1000만원 창업지원금, 6개월간 사무실 무료 이용 혜택이 주어졌다. 특히 일부 기업은 센터가 추진하는 농수산·바이오화학 관련 시범 사업에 참여하며 더 큰 기회를 얻었다.

입주사인 에스엠소프트웨어는 해양자원 활용 시범사업 일환으로 진행 중인 스마트염전 시스템 개발 업체로 선정돼 전남센터로부터 별도로 7000만원을 지원받았다. 염전은 바닷물을 증발시키는 과정에서 염도를 떨어뜨리지 않는 것이 관건인데 가장 위협적인 요소는 비다. 비가 오면 사람이 일일이 뛰어다니며 수문을 열고 닫는데 이 과정에서 염도가 크게 떨어진다. 이 기업은 강우량에 따라 자동으로 수문을 제어하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과정에서 강우 센서, 고농도 염도계 등도 모두 최초로 국산화했다. 3만㎡ 규모 염전에 적용하면 연간 1600만원 비용 절감효과가 발생한다. 투자비 회수기간은 약 3년으로 중국 등 염전수가 많은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회사 이상록 이사는 “전남창조센터가 지역산업 특성을 반영해 아이템을 발굴했고 지원에 나섰다”면서 “스마트염전은 특성을 잘 아는 지역기업이 아니면 개발하기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아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1차 입주 기업인 드림라임은 폐조개 껍질을 재활용해 의약품 원료, 향균 소재로 가공하는 원천기술을 보유했다. 조개 껍질을 분쇄해 분말처리한 뒤 가공하면 식용 칼슘이 돼 의약품 재료나 화장품 원료로 쓰일 수 있다. 일반 생활용품에 첨가하면 제품 항균성을 높여주는 등 활용 범위가 넓다.

신희중 드림라임 상무는 “칼슘을 소성(가열)하면 이온화가 되는데 이온화되면 항균성이 높아져 농노균, 포도상구균, 대장균 등을 99.9%까지 제거해준다”며 “GS칼텍스 중앙연구소가 기술개발은 물론이고 지식재산권 보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컨설팅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마린로보틱스 관계자들이 GPS를 활용해 비행하는 농약살포 방제용 드론을 직접 작동해보이고 있다.
마린로보틱스 관계자들이 GPS를 활용해 비행하는 농약살포 방제용 드론을 직접 작동해보이고 있다.

가두리 양식장 등 저심해용 잠수정 개발업체 마린로보틱스는 GPS 기반 농약살포 방제용 드론 개발에 성공했다. 농장에 설치한 GPS에 따라 이동하는 드론은 최대 20㎏ 중량 농약을 싣고 비행할 수 있어 지역 농가 일손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농수산·바이오케미컬 창업 1번지로

전남창조센터는 핵심 과제는 △농수산 벤처 창업 육성 △웰빙 관광지 육성 △친환경 바이오 화학 생태계 구축이다. 이와 관련해 2017년까지 농수산 생산가공 및 귀농·귀촌 창업 125건, 국내외 농수산식품 판로개척 125개사 입점 지원, 관광상품 50회 발굴 및 판로 지원, 바이오화학 유망 벤처 35개사를 발굴한다는 단기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GS그룹, 지자체 등이 나서 총 1390억원 펀드를 조성해 지원에 나서고 다양한 창업 지원 프로그램도 시행하고 있다. 농수산식품 벤처 창업아카데미와 농장실습제가 대표적이다. 교육이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향후 지역 기관 창업 교육과 연계해 우수 아이디어 보유 예비 창업기업을 발굴해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바이오화학 산업생태계 조성 과제는 ‘바이오 추출물 분야 강소기업 육성’과 ‘바이오화학 기반 조성 및 전후방산업 생태계 구축’에 주안점을 뒀다.

GS칼텍스가 500억원을 투자해 내년 말에 준공하는 바이오부탄올 데모 플랜트와 내년 10월에 가동에 들어가는 바이오 폴리머 파일럿 플랜트를 활용해 후방산업 분야 벤처기업과 협력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여수=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