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美 전기차시장 뛰는 한국산 충전기…시그넷시스템즈, 종횡무진

시그넷시스템즈 충전인프라가 운영 중인 미국 LA지역 기아차 서비스센터 모습.
시그넷시스템즈 충전인프라가 운영 중인 미국 LA지역 기아차 서비스센터 모습.

한국 중소기업 시그넷시스템즈가 만든 전기차 충전기가 세계 전기차시장 격전지 미국시장을 달구고 있다. 글로벌 기업 ABB·슈나이더일렉트릭·엠파섹(포르투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면서 미국·유럽에 다수 공급처를 확보했다. 시그넷시스템즈가 지금까지 미국에 수출한 급속충전기는 약 300기로, 연말까지 100여기가 추가 선적된다. 미국과 유럽 누적 수출 물량만 700기에 달한다.

닛산 등에 400기 가량 수출을 앞두고 있어, 내년 초 누적 수출 판매량은 1000기를 훌쩍 뛰어넘는다. 이는 글로벌 시장점유율 10% 안팎으로 우리나라 전역에 깔린 급속충전기(약 300기) 보다 3배나 많은 규모다.

22일(현지시각) 미국 전기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선두업체 닛산이 글로벌 경쟁업체와 손잡고 북미 전역에 광범위한 충전인프라를 구축한다. 기존 닛산 충전인프라와 경쟁업체 충전인프라 간 사용자 호환(로밍)은 물론 향후 수백기 급속충전기를 함께 구축할 계획이다. 여기에 시그넷 제품 독점공급이 사실상 낙점을 받은 상황이다.

시그넷 전기차 급속충전기는 글로벌 규격인 일본 ‘차데모(CHAdeMO)’와 미국 UL 표준을 모두 획득한 제품으로 미국과 유럽차 충전방식인 차데모·국제표준(ISO) ‘콤보(TYPE1)’제품을 생산해왔다. 이 회사 핵심 경쟁력은 고주파 스위칭 알고리즘을 적용해 병렬연결이 가능한 모듈화 방식의 기술이다. 안정적 출력은 물론 구축 환경별로 손쉬운 출력용량 확장과 자동 생산까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경쟁 제품에 비해 30% 저렴하면서 제품 크기도 30% 가량 줄였다.

회사는 지난해 한국에 매달 300기 급속충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자동화 라인을 갖췄다. 이르면 연내 미국 내 생산공장까지 구축한다. 이를 위해 최근 LA에 미국법인을 세운데 이어 공장 설립을 위한 부지 선정에 들어갔다. 늘어나는 국내외 수요를 감당하면서 미국 시장에 발 빠르게 파고들기 위해서다.

중소기업으로서 글로벌 시장을 효과적으로 잡는데는 현지 업체와 협력이 주효했다. 시그넷은 지난 2013년 일본 마루베니상사와 독점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닛산과 기아차 국내외 영업에 안정적으로 대응해왔다. 시그넷은 제품과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마루베니상사가 마케팅과 전기차충전소 등 사업을 도맡았다. 최근에는 현대차를 포함해 BMW·폭스바겐·포드·혼다 등과도 공급을 위한 제품테스트가 진행 중이어서 공급선은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완성차 업체 뿐 아니라 글로벌 IT업체와 전력회사 등 공급선도 확보한 상태다. IT분야 초대형 글로벌 기업 G사를 포함해 미국 다수 전력 회사들과도 거래관계를 확대 중이다.

이 같이 다양한 충전인프라 환경과 고객을 둔 탓에 제품 라인업 경쟁력도 뛰어나다. 시장 주력제품인 50㎾h급 모델뿐 아니라 20·100㎾h급 제품까지 확보하며 급속충전기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황호철 시그넷시스템즈 사장은 “미국 물량이 늘어남에 따라 미국법인을 세우고 최근 고객과 미국 파트너사 요구로 미국 공장까지 설립하기로 했다”며 “글로벌 완성차 업체를 비롯해 전력회사, 주유업계 등과 공급·사업 파트너십 논의가 진행 중이어서 내년이면 글로벌 시장점유율 15%까지 확보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시그넷은 지금까지 쌓아온 글로벌 전기차 충전인프라 사업 경험을 앞세워 성장 초기 주도권을 확실하게 잡겠다는 전략이다. 황 사장은 “마루베니 등과 스마트과금이나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도 공조하고 있다”며 “전력망과 연계된 V2G(Vehicle to Grid:차량에서 전력망으로 남은 전기를 보내는) 기능의 첨단 제품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로스엔젤레스(미국)=


【표】시그넷시스템즈 미국·유럽 지역 급속충전기 주요 공급 현황

자료:시그넷시스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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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