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정부에서 경제정책을 이끌었던 경제부총리들은 김 전 대통령 서거를 한 목소리로 애도했다. 김영삼정부(1993년 2월~1998년 2월)에선 모두 7명의 경제부총리가 배출됐다. 평균 재임 기간은 9개월 남짓이다.
김영삼정부 출범과 함께 이경식 부총리가 개방화 시대를 위한 경제 정책에 시동을 걸었고, 1993년 12월부터 1994년 10월까지 정재석 부총리가 우리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정책을 이어받았다.
정 부총리가 건강상 이유로 전격 사임하면서 홍재형 부총리가 이어 받았다. 홍 부총리는 김영삼정부 경제개혁 핵심인 금융실명제를 주도했다. 이후 나웅배(1995년 12월∼1996년 8월), 한승수(1996년 8월∼1997년 3월) 부총리가 차례로 경제수장을 맡으면서 OECD 가입 성과를 냈다.
1997년 3월 취임한 강경식 부총리는 IMF 외환위기 책임을 지고 경질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이후 임창열 통상산업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로 자리를 옮겨 임기 끝까지 IMF 위기 수습에 나섰다.
홍재형 전 경제부총리는 김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에 “눈물이 앞선다”고 애도를 표했다. 홍 전 부총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혁신을 하신 분이 서거해 눈물이 앞선다”면서 “훌륭한 대통령을 잃었다”고 조의를 표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은 경제뿐만 아니라 정치·사회를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려는 혁신가적 자질을 가진 훌륭한 대통령이었다”고 회고했다.
홍 전 부총리는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 취임사에서 경제를 살리겠다고 약속했는데 취임 당시 4% 정도였던 경제 성장률을 8∼9%까지 끌어올렸고 실업률도 완전고용으로 볼 수 있는 1.9%까지 낮췄다”고 말했다.
집권 말기 IMF 관리 체제를 피할 수 없었지만 이것 하나로 김영삼정부 전체를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홍 전 부총리는 지적했다.
홍 전 부총리는 “김 전 대통령을 제대로 조명해 민주화와 경제 살리기, 경제 투명화 등에 대한 진가를 후세들이 알게 하고 훌륭한 모범 중 하나로 삼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한승수 전 부총리는 “민주화 추진과 투명한 각종 제도를 도입하는 등 국무처리에는 단호한 면이 적지 않았으나 인간적으로 항상 따뜻한 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상도동계도, 민주계도, 가신 출신도 아닌 저를 비서실장으로 발탁하셨을 때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며 “당시 대통령께서는 새 내각을 임명하고 세계화를 추진하시면서 국제문제에서 경력을 쌓은 저를 옆에 두고 의논하고 싶었던 것”이라고 떠올렸다.
한 전 부총리는 “김 전 대통령 재임 중에 우리나라 경제가 많이 개방됐고 OECD에 가입한 것도 치적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대통령께서는 국가 전반 정치·군·경제분야 개혁과 투명성 확보가 경제개혁과 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신했으나 누적된 경제구조문제를 재임 중에 모두 해결하지는 못하셨다”고 아쉬워했다.
통상산업부 장관으로 있다가 외환위기 때 경제부총리를 맡은 임창열 전 부총리는 “사람을 한번 쓰면 모든 걸 믿고 맡겨주시는 분”이라고 회상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외환위기를 초래했다고 하지만 수습한 것도 그”라며 “1997년 12월 39억 달러까지 떨어진 외환 보유액은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할 때 185억 달러까지 늘어 기본 위기는 다 수습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임 전 부총리는 “가까이 모시고 일하던 대통령이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라며 “그분은 우리나라 발전사에 큰 획을 그으셨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
함봉균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