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가 4분기 성수기와 새해에 공격적인 TV 생산 확대에 나선다. 지난 3분기 역대 최대 규모 LCD 패널 매입에 이어 생산 가동률도 사상 최대로 끌어올렸다. 상반기 부진을 만회하고 내년 중국 TV 업계 공세에 대응하려는 포석이다.
2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VD사업부가 포함된 소비자가전(CE) 부문은 지난 3분기 LCD 패널 구매에 1조9793억원을 썼다. 전 분기 9862억원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그동안 삼성전자 분기별 LCD 패널 매입 최대 기록은 2012년 4분기 1조4327억원이었다.
매 분기 패널 구입에 1조원가량 쓴 삼성전자가 이를 두 배로 늘린 건 이례적이다. 분기 생산 가동률은 95.26%로 이 역시 통계가 발표된 2012년 이래 분기별 최대치다.
삼성전자는 “4분기와 내년 시장 상황에 따른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4분기 블랙프라이데이와 크리스마스 등 하반기에 판매가 몰리는 계절적 성수기에 대비하려는 것이다. 또 내년 TV 시장에서 적극적인 시장 대응에 나서겠다는 의지도 담겼다.
패널을 ‘쌀 때 사두자’는 의미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LCD 패널 가격은 모든 크기에서 지난해보다 20~30% 하락했다. 32인치 31%, 40인치 24% 등 낙폭이다. 상반기 불황으로 TV 제조사가 생산 조정에 들어간 반면에 패널 제조사는 높은 가동률을 유지해 재고가 늘었기 때문이다. 재고 밀어내기 양상까지 나타나며 TV 제조사는 패널 매입에 유리해졌다.
이번 대규모 패널 구매는 삼성이 내년에 적극적으로 시장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한다.
IHS는 내년 세계 LCD TV 시장 규모를 올해보다 300만대 증가한 2억2800만대로 추정한다. 삼성은 매번 시장성장 대비 높은 점유율 상승을 목표로 삼아왔다.
삼성전자는 공격적 점유율 확보 정책으로 중국 TV제조사 도전을 조기에 차단하는 데 집중할 전망이다.
닉 장 IHS 연구원은 “2016년은 중국 업계가 해외 시장에 도전장을 내미는 원년으로 시장 확대를 위한 공세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중국은 하이센스가 샤프 멕시코 공장을 인수해 북미 공략을 강화하고 스카이워스는 독일 METZ 브랜드를 사들이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그동안 공급망관리(SCM) 양상을 봤을 때 분기 2조원 매입은 이례적”이라며 “하반기에 상반기 부진을 씻고 내년에 중국 업계와 격차를 벌리기 위한 선제 대응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영상기기 매출 및 분기별 LCD 패널 매입 추이(자료: 삼성전자, 단위: 억원)>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