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적 성질과 자성을 동시에 지닌 ‘다강체’의 숨겨진 동작 원리가 풀렸다.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소자 물질로 급부상할 전망이다.
이준희 UNIST(울산과기원)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는 다강체 ‘비스무트 산화철(BiFeO₃)’을 대상으로 상온에서 어떻게 동작하는 지 원리를 밝혀 다강체 기능의 이론적 기반을 마련했다. 이 연구 결과는 ‘피지컬 리뷰 레터스’ 최신호에 실렸다.
다강체는 자석처럼 N극과 S극으로 나뉘는 ‘자성’과 양극·음극으로 나뉘어 전기적 성질을 띄는 특성을 동시에 지닌 물질이다.
이 두 성질을 이용하면 우수한 특성의 반도체 메모리 소자를 만들 수 있다.
먼저 자기장과 전압을 모두 이용할 수 있어 효용성이 높다. 자기장이나 전압 중 하나만으로 반도체 소자 기능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N-S극 정렬뿐만 아니라 양-음극 정렬을 이용한 정보 저장으로 저장 효율과 집적도 향상이 가능하다.
기존 메모리 반도체 구동에 필요한 전력과 이로 인한 발열을 줄여줘 소비전력도 대폭 낮출 수 있다. 이 때문에 다강체를 ‘물질계의 엄친아’라 부른다.
하지만 현재 다강체는 메모리 소자나 센서 등에 적용이 어렵다.
알려진 다강체 대부분이 영하 수십~수백℃ 이하 낮은 온도에서만 작동하기 때문이다. 자성과 전기적 성질이 상호 영향을 주는 범위도 크지 않아 응용 가능성이 낮았다.
이번 연구 대상인 ‘비스무트 산화철’은 그간 많은 연구로 인해 상온에서 작동한다는 장점은 밝혀진 상태다. 반면에 자성과 전기적 성질이 상호 영향을 미치는 정도, 즉 ‘결합 크기’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이준희 교수는 먼저 다강체 내에서 ‘스핀(spin)’이 ‘전기분극’으로 이어지는 원리를 설명하는 이론을 개발했다. 스핀은 자기장을 걸어주면 N극과 S극이 서로 바뀌는 현상을 말하고 전기분극은 물질 내부에서 양극과 음극이 나뉘는 상태를 가리킨다.
C/㎠ 정도를 기록했다. 이 결합 크기는 다른 다강체에 비해 10~1000배 큰 수치로 현재까지 알려진 기록 중 가장 높다.
이를 통해 상온에서 작동하는 비스무트 산화철이 다른 다강체의 비해 10~1000배 안정적 상태로 정보를 저장할 수 있음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나온 다강체 원리를 설명한 정교한 이론과 실험 모델은 새로운 반도체 메모리 소자와 센서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교수는 “다강체 비스무트 산화철에서 스핀과 전기분극이 강력하게 결합한다는 점을 밝혔고 기존에 해석이 어려웠던 물리 실험으로 이를 설명했다”며 “제시한 이론은 다른 다강체의 스핀과 전기분극을 계산할 수 있고 나아가 물질 내부에서 다양한 물성이 서로 결합하는 원리를 밝히는 연구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 말했다.
울산=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