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전자업계 "거짓은 금물, 솔직해야 산다"

일본 전자업계의 ‘정직 경영’이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수입맥주 업계가 유통기한 표기를 스티커로 덧씌워 유통해 논란이 이는 가운데 순간의 거짓말보다 진실한 자기반성이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본보기다.

일본 파나소닉은 홈페이지(panasonic.co.jp) 첫 화면을 자사 석유난로 리콜 안내로 바꾼 지 올해 10년째다. 2005년 제품 하자 은폐로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사고가 발생한데 따른 조치다.

일본 파나소닉 홈페이지(panasonic.co.jp) 첫 화면. 지난 2005년 12월 시작된 석유난로 리콜 공지가 10년 간 홈페이지 첫 화면을 차지하고 있다. <파나소닉 홈페이지 캡쳐>
일본 파나소닉 홈페이지(panasonic.co.jp) 첫 화면. 지난 2005년 12월 시작된 석유난로 리콜 공지가 10년 간 홈페이지 첫 화면을 차지하고 있다. <파나소닉 홈페이지 캡쳐>

리콜 대상은 1985~1992년 사이 옛 마쓰시타와 내쇼날 브랜드로 생산된 모델이다. 당시 호스 균열로 샌 일산화탄소에 2명이 질식사했다. 이중 1명은 1차 리콜 발표 후 목숨을 잃어 ‘소극적 사후관리’ 비판과 함께 기업윤리 문제의 대표 사례로 지목됐다. 회사 존립마저 위태해지자 2009년 ‘파나소닉’으로 사명을 바꾼 뒤에도 제품 회수에 안간 힘을 쏟고 있다.

사건 이후 기업들은 리콜과 같은 사후지원 소식을 자발적으로 전면에 내세웠다. 소니, 도요타 등 일본기업은 물론 LG전자 등 해외기업의 현지 법인까지 홈페이지, 언론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소개한다. 심지어 50여 년 전 내용을 지금도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경제산업성에서 권고하고 있지만 강제사항은 아니다”고 설명하며 “소비자 신뢰를 얻기 위한 기업의 자발적 선택”이라 말했다.

업계 노력에 정부도 화답했다. 우리의 국무조정실 격인 일본 내각부는 포털(recall.go.jp)을 만들어 모든 사후지원 소식을 제공하고 있다. 2012년 소비자청 이관 후에도 국토교통성의 자동차, 후생노동성의 의약품 정보까지 리콜부터 부속 교환, 업그레이드 등의 정보를 한 곳에 모았다. 2006년 내각부 조사에서 소비자의 87%가 ‘리콜 정보를 직접 찾아다닌다’고 응답한데 따른 조치다.

우리 업계도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 ‘제품안전정보센터(safetykorea.kr)’가 올해 초부터 리콜정보 통합 제공에 나섰다. 하지만 자동차와 의료기기, 의약품 등 특수 분야는 별도 관할이 있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제품안전기본법’에는 ‘리콜’에 대한 내용만 있을 뿐 업그레이드 등 나머지 사후지원에 대해선 관련 조항조차 없다.

소비자 공지 수단도 신문과 방송, 중앙정부부처 산하의 제품안전정보망에 국한돼 업체의 자발적 움직임에만 기댈 뿐이다. 각 업체들이 자사 홈페이지에 관련 내용을 소개하고 있지만 인터넷 사용이 능숙하지 않다면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본 전자업계 관계자는 “일본 업계에서는 소비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앞장서 알리는 일이 당연하다”며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제공은 기업 신뢰 확보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