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시장에 공기업 수익 쏠림이 도를 넘었다.
액화천연가스(LNG) 연료 비중이 높은 민간 발전업계는 가동률 하락으로 인한 무더기 적자가 현실화된 반면에 석탄을 주연료로 쓰는 발전공기업은 한국전력과 더불어 실적 잔치를 벌였다. 일부 발전 공기업 경영난을 덜어주려 규정을 바꿔가면서까지 정산조정계수를 인상한 결과가 영업이익 폭증으로 이어졌다.
24일 한국전력 5대 전력자회사(전력그룹사) 3분기 누적 실적을 분석한 결과, 영업이익은 총 1조839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437억원 대비 48%나 급증했다. 전력기준가격(SMP) 하락으로 인해 매출액은 16.86% 감소한 16조2471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6.5%에서 올해 11.3%로 갑절 가까이 늘었다.
한국전력이 석탄화력 정산조정계수를 인상한 것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 정산조정계수는 한전이 발전자회사로부터 전력을 구매할 때 수익성을 조절하는 장치다. 통상 1이하로 정해두기 때문에 전력을 판매하는 입장에서는 오롯이 시장 가격을 보상 받진 못한다. 한전은 정산조정계수를 조정하며 자사와 발전자회사 영업이익을 균형을 맞춘다. 한전은 올해 하반기 석탄화력에 대한 정산조정계수를 대폭 인상하는 동시에 예외 규정까지 적용해 가며 발전사 별로 차등 적용했다. 상반기 0.1936에 불과했던 조정계수는 최저 0.5234(남동발전)에서 최대 0.5538(남부발전)까지 대폭 상향됐다.
LNG 보유 비중이 높은 남부발전 수익성 악화를 막고 과도하게 늘어난 한전 영업이익을 자회사로 분산시키기 위한 조치였다. 정산조정계수 인상은 3분기 바로 위력을 드러냈다. 석탄 화력 비중이 높은 발전공기업 5개사 3분기 영업이익은 총 8058억원으로 전년 4060억원 대비 갑절로 뛰었다. 3분기 영업이익 증가가 사실상 올해 누적 실적 개선을 주도했다. 경영난이 우려된다던 남부발전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1006억원에서 2296억원으로 수직 상승했다. 증가율은 128.2%로 가장 높다.
반면에 민간발전 업계는 줄줄이 쓴맛을 봤다. GS EPS 지난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574억원, 27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이익은 17억원 적자전환했다. GS EPS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5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35억원 대비 57%나 줄었다. 지난 2013년 1093억원에 달한 영업이익이 불과 2년새 10분의 1도 안 되게 줄었다. 포스코에너지 인천복합화력 5, 6호기도 3분기 누적 50억원 내외 손실을 기록하고 있고, 평택ES 오성발전소, 삼천리 에스파워, 대림산업 포천파워 모두 2, 3분기 연속 적자전환하는 등 민간업계 대다수가 급격한 실적악화를 겪고 있다.
올해 평균 가동률이 50% 아래로 떨어지면서 사실상 발전 기회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우리나라 전력 시장은 전력 생산단가가 낮은 발전소부터 차례로 급전지시를 받고 전력을 판매하는 구조다. 원가가 가장 낮은 원자력과 석탄발전소가 우선순위다. 그래도 전력 공급이 부족하면 LNG 발전이 투입된다. 최근 원자력, 석탄만으로도 전력 공급 예비율이 높아지면서 LNG 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졌다.
한국전력 관계자는 “최근 SMP가 급락하면서 발전사 수익성 하락에 대한 우려가 나왔고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써 정산조정계수 인상 조치가 이뤄졌다”며 “향후 조정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
최호 기자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