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석유가 주 에너지원이었지만 머지않아 액화천연가스(LNG) 시대가 열릴 겁니다. 생산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하고 배출가스 규제 강도가 높아질수록 세계 LNG 수요는 증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주영규 쉘(로얄더치쉘)코리아 전무는 “세계 에너지시장 헤게모니가 석유에서 LNG로 넘어가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주 전무가 몸담은 쉘은 지난 100여년간 글로벌 공룡 석유기업으로 명성을 이어왔다. 석유개발-정유-윤활유 등 석유를 기반으로 사업 다각화에 성공하며 석유업계의 성공 롤모델이 됐다. 이런 쉘의 사업구조에 큰 변화가 생겼다. 지난해 전체 매출에서 가스사업 비중(51.5%)이 석유를 앞질렀다. 창사 이래 처음이다.
주 전무는 “지난해 저유가로 석유 사업 매출이 감소한 측면도 있지만 가스사업 기회가 계속 늘어난 것이 컸다”며 “지금까지 석유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앞으로 가스가 회사 성장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전무가 보는 LNG 경쟁력 핵심은 풍부한 매장량과 친환경성이다. 원유 가채매장량은 기술개발로 사용기간이 줄지 않고 있긴 하지만 40년 내외로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LNG는 140~170년으로 추정된다. 중국, 개발도상국 등 산업·도시화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해도 LNG 공급은 안정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 연소시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적어 환경 규제 대응에 적합한 연료로 꼽힌다.
주 전무는 선박 연료시장에서 LNG 경쟁력에 주목했다. 국제해사기구(IMO) 등은 배출가스 규제를 지속 강화하고 있다. 미국 등 일부 국가 해상에서는 이미 경유, 벙커C를 사용하지 못한다. 규제가 강화되면 선박 연료 시장에서 LNG 비중이 절대 우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주 전무는 이러한 시장 흐름에 맞춰 관련 인프라 구축에 힘쓰고 사업 기회를 포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해외에서는 LNG추진선, 인프라 구축, 법제도 정비와 국제 표준화 등으로 시장 선점 경쟁이 뜨겁다. 우리나라는 해상에서 LNG를 공급할 수 있는 벙커링 거점으로서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주 전무는 “LNG는 벙커C 보다 연비가 낮기 때문에 해상에서 LNG를 공급받는 것이 중요한데 해상 연료 규제가 강화되면 오일허브인 싱가포르를 오가는 수송선은 반드시 가스를 추가로 주입해야 한다”며 “현재 부산과 중국 상하이가 벙커링 지역 거점 유치를 위해 물밑 작업을 진행중인 데 투자와 정부 지원 등을 집중해 유치에 성공한다면 다양한 사업기회를 얻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